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인 ASML이 삼성전자(005930)와 밀월을 강화하며 전체매출 가운데 한국의 비중이 30%까지 올라왔다. 삼성전자는 4세대 10나노급(1a) 공정 D램 생산을 위해 EUV 장비 추가 도입 등으로 ASML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SML의 올 1·4분기 전체 매출(24억4,100만유로) 중 한국 업체 비중이 29%를 자치했다. 직전 분기 대비 13%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 매출 대부분은 최근 몇 년간 EUV 장비를 대거 도입한 삼성전자에서 발생했다. ASML의 올 1·4분기 매출과 순이익(3억9,100만유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5%, 27.8%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삼성전자 덕을 톡톡히 봤다. ASML이 올 1·4분기 수주한 예약매출액은 31억유로로 이 중 절반가량인 15억유로가 EUV 장비에서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ASML의 한국법인인 ASML코리아는 삼성전자의 EUV 전용 신규라인인 평택의 ‘V2’ 하반기 가동에 대비해 이달 평택 사무소를 확장하고 추가 인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ASML코리아는 지난해 2018년 매출(1,862억원) 대비 20%가량 증가한 2,16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하게 실적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ASML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ASML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난해 파운드리에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도입했으며 지난달에는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양산 체제를 갖추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ASML 지분 1.5%를 보유한 주요주주이기도 해 ASML의 몸값이 오르면 삼성전자의 투자자산 가치도 덩달아 뛰는 구조다. 2019년 4·4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ASML 지분 가치는 2조1,546억원 규모로 1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ASML은 장비 공급업체지만 ‘슈퍼을’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지난해 ASML이 출하한 EUV 장비를 대량 구매하며 삼성전자와 EUV 장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인텔 또한 내년 하반기 7나노 공정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위해 EUV 장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외국인 입국 제한과 물류망 확보 어려움 등으로 삼성전자와 ASML의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1·4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코로나19가 생산과 부품조달에 어떤 영향 미칠지 말하기 어려우며 실적 가이던스도 제시하지 않겠다”며 시장 불확실성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