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주문에도 인건비와 재료·장비 구입비 등이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마침 청년창업지원금을 받아 기사회생할 수 있었습니다.”
3D프린팅 업체인 엘라인(L-line)의 김진형(33·사진) 대표는 20일 서울경제와 만나 “청년창업지원금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엘라인’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7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십 곳으로부터 시제품 제작 의뢰가 쏟아졌지만 재료나 장비 구입에 들어가는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납품 후 2~3개월 후에야 돈이 들어오는데 눈앞의 주문을 놓칠 순 없다. 김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청년전용창업자금 1억원을 곧바로 지원해 줬다. 일이 풀리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6개월마다 옮겨 다녀야 했던 창업보육센터에서 독립해 별도 사무실을 얻었고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3D프린터 등 설비역량도 갖출 수 있었다. 이듬해에는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LS산전의 1차 협력사가 됐다. 기술력을 갖췄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삼성전자도 고객이 됐다. 현재 엘라인 고객사는 삼성전자·LS산전 등 100여개사에 달할 정도다. 김 대표는 “청년창업자금이 마중물이 돼 수익을 내고 고객사를 확대하는 선순환을 이루게 됐다”며 “타이밍이 딱 들어맞게 정부가 지원해 준 덕분에 (엘라인이)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지난 2014년 대학생이던 김 대표를 비롯해 3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엘라인은 현재 연매출 28억원과 직원 15명을 거느린 그럴 듯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8년부터는 회로개발과 디자인도 강화해 단순히 모양만 구현하는 게 아니라 성능까지 똑같은 시제품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노하우까지 갖췄다. 김 대표는 “학생들 졸업 작품에서부터 중소기업, 대기업 시제품까지 닥치는 대로 제작해 오다 보니 3D 프린터를 잘 뽑아내는 설계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다”며 “입소문이 나 이제는 기업 제품 개발팀에서 먼저 제안을 해 올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엘라인이 만들 수 있는 시제품은 디자인 제품은 물론 소형 가전부터 자동차 부품까지 안되는 게 없을 정도다.
엘라인은 장기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갖는 데 목표다. OEM과 ODM과 같은 단순 외주제작 단계를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리 등을 정확히 특정하기 위한 레이저 측정 관련 특허도 3건 출원해 놨다. 김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엘라인’은 만들어 줄 수 있다라는 믿음을 더 키워 나갈 것”이라면서 “우리가 가장 잘하는 제품을 선보여 ‘가보지 않는 길’을 개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중진공은 올해도 엘라인과 같은 청년 창업자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536여개 업체에 1,3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는 1,600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맞춤형 연계지원으로 3년차 생존률은 미지원 시 41.5%에서 76.9%까지 상승한다. 만 39세 이하, 창업 3년 미만이면 신청할 수 있으며 제조업은 2억원, 비제조업은 1억원 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