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조7,000억원의 신규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의결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2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채무한도 상향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수은은 5억달러 규모의 두산중공업 외화사채를 약 5,900억원의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관련기사 4면
21일 산은과 수은은 각각 내부 의사결정기구인 신용위원회·확대여신위원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조7,00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을 의결했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을 지원했는데 이번 건으로 지원 규모는 총 3조 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막아야 하는 시장성 차입금은 2조5,000억원이고 매월 고정비용은 2,000억원 수준이다. 채권단은 이번 지원안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성사되는 시점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과 수은은 대한항공에도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의 두산중공업 외화사채 대출전환은 원화로 집행되며 5,868억원 규모다. 외화사채 만기는 오는 27일이었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액은 지난달 27일 1조원의 한도여신 결정에다 이번 6,000억원 등을 합해 총 1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수은은 “두산중공업 자구안이 확정되는 시기는 상반기 중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급여 줄 돈 마른 아시아나 긴급수혈…두산重엔 추가지원 불가피
[기간산업 살리기 나선 정부]
■産銀, 아시아나에 1.7조 지원
차입금 상환 연장·금리 인하 등
채권단 ‘HDC 요구안’ 적극 검토
1조 공급 이어 외환사채 대출전환
두산重 급한불 껐지만 2.6조 비어
輸銀 “상반기내 자구안 결정될것”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조 7,000억원 규모의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아시아나항공에 집행하기로 한 것은 당장 직원 급여를 줄 돈도 마른 아시아나항공의 벼랑 끝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딜 클로징(인수절차 완료)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부터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임원진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를 30%에서 100%까지 반납하고 있다.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시장에서 돈을 조달할 길도 좁아지고 있다. 미래 항공요금수익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올해 만기도래액은 4,100억원이다. ABS는 신용등급이 BBB-미만으로 떨어지면 채무를 조기상환해야 하는데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 ABS의 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조기상환이 눈 앞에 온 것이다.
최후의 보루인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까딱하면 틀어질 수도 있다. 산은과 수은 입장에서는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한다면 아시아나항공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관심은 HDC현산의 반응이다. 당초 HDC현산은 지난 7일 1조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채권단 차입금 1조 1,700억원을 갚을 계획이었다지만 유상증자 날짜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원에도 불구하고 HDC현산 측이 추가로 인수조건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예상을 넘는 규모이긴 하지만 이번 지원이 아시아나항공이 M&A가 완료될 때까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차입금 상환 일정 연기 및 금리 인하, 5,000억원 영구채 출자 전환 및 금리 인하를 비공식적으로 산은에 요청한 상태다.
수은이 두산중공업 5억달러 외화사채를 대출로 전환해준 것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사안이다. 수은이 외화사채의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이를 갚지 못하면 수은이 떠안아야 했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수은의 지원을 예상하고 미리 시중은행 등 6개 금융기관과 원화를 지급하고 달러를 받는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다. 수은으로부터 원화로 대출받아 달러로 환전한 후 외화사채를 갚을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물환 계약을 현 환율보다 유리한 달러당 1,170원대로 체결해 약 300억원을 아끼게 됐다.
채권단이 지난달 1조원의 마이너스대출(한도여신)을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에 약 6,000억원을 추가 지원했지만 두산중공업의 자금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올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4조2,000억원으로, 아직도 2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수은은 “두산중공업의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 잔액은 1조2,000억원”이라며 “추가로 필요한 자금 규모는 실사가 완료된 후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원에도 불구하고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시중은행들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기존 채권 회수 자제 및 만기 연장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은은 추가 지원 여부에 대해 “두산그룹의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타당성 및 실행 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 여부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담 및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두산그룹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구안은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보여 추가 지원이나 자율협약 돌입 여부도 6월 안에 결정될 예정이다. 수은은 “현재 전문컨설팅 기관을 통해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확정 자구안 도출 시기는 상반기 중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두산중공업의 자율협약 돌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채권단은 자구안의 타당성 및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전문컨설팅 기관의 실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아울러 수은은 코로나 피해기업 지원 과정에서 필요한 자본확충에 대해 “필요한 경우 정부에 자본확충 등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수은이 자본확충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코로나 국면 이후 처음으로 산은·수은에 대한 자본확충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규·서종갑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