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최대 철강업종 단체가 해외수입 물량을 75% 줄여달라고 EU 집행위원회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급감하자 철강 수입중단에 가까운 극단적 처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EU의 이 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화 추세가 후퇴하면서 각국이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3면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세이프가드에 따른 쿼터(수입제한 물량)를 오는 7월부터 75% 삭감해야 한다고 이달 초 EU 집행위에 요청했다. EU 집행위는 최근 3년간(2015∼2017년) EU가 수입한 평균 물량의 100%까지는 무관세로 하고 이를 넘는 물량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형태의 세이프가드를 2018년 시행한 바 있다. 협회의 요구는 한발 더 나아가 평년 물량의 25%까지만 무관세로 들여오고 초과 물량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면서 아르셀로미탈 같은 역내 대형철강사마저 감산에 들어가자 긴급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며 “EU 집행위가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쿼터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던 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회원국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더라도 제한 수위를 점차 낮춰야 하는데 이에 EU 집행위 측은 매년 쿼터를 다소나마 확대할 뜻임을 밝혀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방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터라 쿼터를 되레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U 집행위는 업계와 각국의 입장을 수렴해 6월께 쿼터 수준을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철강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역내 자동차 업체 등 철강 수요 업종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쿼터를 75%나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쿼터가 일정 부분 줄어들면 보호무역 조치가 다른 국가에서도 연쇄적으로 나타날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