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의 초격차 행보에.. '슈퍼을' 입지 강화되는 ASML

삼성전자 ASML의 EUV 장비 도입으로 D램과 파운드리 초격차 노려

ASML 1분기 매출 중 한국이 29% 차지.. ASML코리아 매출도 20% 높아져

TSMC·인텔도 EUV 장비 도입 적극적이라 ASML '슈퍼을' 지위 강화

코로나로 EUV 장비 도입 일정 차질 우려도




반도체 초미세공정 경쟁이 격화되며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글로벌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005930)와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인 ASML과의 ‘밀월’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4세대 10나노급(1a) 공정 D램 생산을 위해 EUV 장비추가 도입 등으로 ASML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ASML도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투자를 믿고 연구개발에 보다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ASML의 시가총액이 최근 1년새 2배가량 껑충 뛰는 등 업계에서 입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반도체 생산업체(삼성전자)와 반도체 장비업체(ASML)간 ‘갑을관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SML의 올 1·4분기 전체 매출(24억4,100만 유로) 중 한국 업체 비중이 29%를 자치했다. 직전 분기 대비 13%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각각 상승한 수치로 그만큼 한국 매출 의존도가 늘었다. 관련 매출 대부분은 최근 몇년간 EUV 장비를 대거 도입한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000660) 또한 EUV 기반 D램 양산을 위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일러도 내년 께에나 관련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라 내년부터 ASML 장비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ASML의 올 1·4분기 매출과 순이익(3억9,100만유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5%와 27.8%씩 늘어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삼성전자 덕을 톡톡히 봤다. ASML이 올 1·4분기 수주한 예약매출액은 31억 유로로 이 중 절반 가량인 15억유로가 EUV 장비에서 발생했다. 1분기 예약 매출액을 장비 별로 살펴보면 EUV 장비가 11대, 기타 장비가 46대를 각각 차지했다. 이에 따라 지금껏 ASML의 장비 매출 1순위가 기존 불화아르곤(ArF) 노광 장비에서 EUV로 조만간 대체될 전망이다.

ASML의 한국법인인 ASML코리아는 삼성전자의 EUV 전용 신규라인인 평택의 ‘V2’ 하반기 가동에 대비해 이달 평택 사무소를 확장하고 추가 인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ASML코리아는 지난해 2018년 매출(1,862억원) 대비 20% 가량 증가한 2,16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실적 상승세도 꾸준하다. ASML은 이달 한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한국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ASML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ASML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난해 파운드리에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도입했으며 지난달에는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양산 체제를 갖추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ASML 지분 1.5%를 보유한 주요주주이기도 해 ASML의 몸값이 오르면 삼성전자의 투자자산 가치도 덩달아 뛰는 구조다. 2019년 4·4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ASML 지분 가치는 2조1,546억원 규모로 1년새 2배가까이 급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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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양측간 관계는 향후 ASML이 조금 더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반도체 업계의 EUV 장비 확보 경쟁으로 ASML이 반도체 업계 전체의 ‘슈퍼을’이 될 것이란 시장 전망 때문이다. 대만은 지난해 4·4분기 ASML 매출의 51%를 차지했는데 이 중 전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이 2018년 1분기 ASML 매출의 51%를 차지한 반면 대만이 3%를 차지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TSMC가 최근 2년간 AMSL에서 도입한 노광장비 물량을 대폭 늘린 셈이다.

인텔 또한 내년 하반기 7나노 공정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위해 EUV 장비 도입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TSMC가 현재 ‘5나노’ 공정을 벌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인텔의 ‘7나노’ 공정이 경쟁업체 ‘5나노’와 회선폭이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존 ArF 장비로는 인텔의 7나노 공정 가동이 불가능해 ASML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위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가 EUV 장비 도입에 따른 비용 증가 및 수율 문제 등으로 7나노 공정 진출을 포기한 상황에서 향후 ASML의 주된 고객사는 삼성전자·TSMC·인텔 세곳이 될 전망이다. EUV 장비 가격은 1대당 1,500억원 이상으로 진공상태에서 박막거울을 이용해 웨이퍼에 그림을 그려넣는 세밀한 작업 요건 때문에 대량 생산이 힘들다. EUV 장비 본격 가동을 위해 본사 직원의 현지 공장 파견도 필수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몇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ASML의 장비 출하 일정에 따라 이들 반도체 업계 ‘빅3’의 제품 로드맵 일정이 좌우되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외국인 입국 제한과 물류망 확보 어려움 등으로 삼성전자와 ASML의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1·4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코로나19가 생산과 부품조달에 어떤 영향 미칠지 말하기 어려우며 실적 가이던스도 제시하지 않겠다”며 시장 불확실성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ASML의 생산라인은 코로나19에 따라 조금씩 타격이 누적되고 있다. ASML의 미국 샌디에고 법인이 DUV(Deep Ultraviolet)를 비롯해 신규 수익원인 EUV 관련 광원 개발과 제조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자리한 본사에서는 EUV 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과 네덜란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력이동 및 물류 유통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TSMC 또한 3나노급 반도체 시험 생산 일정을 오는 6월에서 하반기로 무기한 늦췄다. 다만 올해 EUV 장비 도입에 다시한번 힘을 주고 있는 삼성전자 측이 지난해 EUV 장비를 싹쓸이한 TSMC 대비 ASML의 노광장비 생산 차질에 따른 타격이 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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