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변화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분야는 소비의 최전선인 유통업계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 아태유통부문 대표는 “코로나19로 1·4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소비재”라며 “주요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상거래·클라우드 서비스의 세계 선두 기업인 아마존은 1·4분기 호실적 기대에 지난 16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배달 수요 급증으로 직원 10만명을 고용하기로 한 데 이어 최근 또 7만5,000명 규모의 추가 고용 계획을 밝히며 몸집을 한층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 속에 쿠팡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온라인쇼핑 거래금액은 11조9,618억원으로 1월보다 2.4%, 지난해 2월보다 24.5% 증가했다. 쿠팡의 1·4분기 온라인 결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46% 증가한 4조8,000억원대로 추정된다. 4조2,000억원으로 3% 증가에 그친 이베이코리아의 지마켓·옥션과 더욱 격차를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에 자극받은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지난해 3월 출범한 전자상거래 자회사 SSG닷컴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앞세우고 있으며 롯데쇼핑도 백화점·마트·슈퍼 등 유통 채널 통합 쇼핑 애플리케이션 ‘롯데온(ON)’을 이달 말 선보이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백화점과 면세점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창립 113년을 맞은 미국의 고급 백화점 니먼마커스를 비롯해 JC페니·로드앤테일러는 실적 부진이 누적되며 파산 위기에 놓였다. 국내에서는 면세점 ‘빅3’에 속하는 호텔신라가 1·4분기에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는 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를 자동차·부품, 항공·여행 및 호텔, 정유·가스 및 석유화학, 금융, 부동산으로 꼽았다. 자동차 업계는 세계 각지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공급 및 수요의 동반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사상 첫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하면서 수백개에 달하는 미국 석유 회사들도 파산 위기에 놓였다. 골드만삭스는 “부채 비중이 낮은 소수 상위 기업들만 살아남아 석유 산업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철강업계도 US스틸, 인도 JSW스틸, 아르셀로미탈 등 주요 기업들의 감산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전 세계 철강제조 업체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사태 이전의 전망보다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 재편 속에 서비스업의 성장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소비의 시간·공간 제약이 완화되면서 시장 확대 여력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비스업은 그동안 생산·소비가 한 장소에서 이뤄졌지만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시공간의 제한이 완화되고 있다”며 “소비가 증가할 여지도 커져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