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020560)이 금호산업(002990)과 120억원에 달하는 상표권 연간 계약을 체결해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에서는 직원의 50% 이상이 휴직에 돌입할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금호산업에 매달 10억원씩 상표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금호산업과 ‘금호아시아나 브랜드’ 상표권 사용 수의계약을 연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1년간 상표권 사용 대가로 월별 연결매출액의 0.2% 수준인 120억원을 금호산업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올해 아시아나항공이 최악의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실제 거래금액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 통합 기업이미지(CI) 소유권을 가진 금호산업과 ‘윙(날개)’ 마크 사용에 대한 상표권 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다. 오는 30일 지난해 맺었던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이를 연장한 것이다. 계약기간은 내년 4월30일까지로 도중에 해지 또는 변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연결매출액의 0.2% 수준의 상표권 사용료는 금호산업이 다른 계열사들과 체결한 계약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과거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를 중국의 더블스타에 매각하며 5년간 연 매출의 0.05%, 6년~10년 차 0.1%, 10년 후 0.2%로 조정 합의했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부터 연결매출액의 0.1%를 사용료로 지불했지만 2012년부터 두 배인 0.2%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까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할 경우 그동안 지급한 사용료는 모두 1,328억원에 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면 상표권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사용료 계약 조건은 실제 가치보다 과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원 절반이 유급휴직에 들어갔을 정도로 아시아나항공 사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금호산업이 연 120억원의 상표권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기업에 대해 예년과 같은 수준의 상표 사용료를 요구한 것 자체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온라인 익명게시판에는 ‘무급휴직 3개월로 만든 자금으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퇴직금 주고 브랜드 사용료 주고 라임펀드 손실 난 것을 주고 남는 게 없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서만 지난해 급여 1억6,800만원과 기타 근로소득 11억9,200만원, 퇴직금 20억7,900만원 등 총 34억3,9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