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이날 당정간 합의안이 마련된 것을 고리 삼아 통합당에 예산 심사 착수를 거듭 촉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통합당이 요구한 대로 (재난지원금) 당정 합의안이 마련됐다”며 “모든 것은 통합당의 손에 달려있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인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추경안 수정안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 “정부안이 바뀌었으니 수정안을 가져오라는 요구는 국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면서 “무리한 요구를 접고 예결위 회의부터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통합당 일각에서 정부가 수정안을 제출하라며 또다시 어깃장을 부리는 것은 국정 발목 잡기이자, 신속한 처리를 기대하는 국민 요청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자발적 기부안’을 비판하는 동시에 심의에 착수하려면 일단 정부가 국회에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정이 협의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심사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합당 소속인 김재원 예산결산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22개 문항을 공개질의를 하며 24일 오전 10시까지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공개질의에는 추경안의 예산 총액 규모와 재원 조달 방법, 국채 발행 여부와 규모, 정부가 지원대상을 소득 하위 50%에서 70%로 변경한 뒤 다시 100%로 확대하게 된 근거 등이 포함됐다. 또 긴급재난지원금이 일회성인지와 기부·세액공제의 방법, 개정이 필요한 법률 등도 질의했다. 그는 “정부 측에 오늘 오후에 당정의 긴급재난지원금 처리 방향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심사를 요청하는 예산안이 무엇인지 보고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예산 심사가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에서 ‘수정안 제출’ 선례가 없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있었다. 작년 일본의 무역 보복에 따른 추경 때도 각 상임위에 수정안을 가져왔다”고 반박했다.통합당은 수정안 등이 제출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문 의장은 여야 공방전이 장기화하자 직접 메시지를 냈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은 한시가 급한 일”이라며 “오늘 당장 여야가 만나 즉각 결론을 내고 의사 일정에 합의하길 국회의장으로서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면서 이날도 의미 있는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및 재원 등에 대한 입장차에 더해 새 지도체제 수립 문제로 통합당에서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황교안 전 대표가 사퇴하고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낙선하면서 책임 있는 협의가 안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통합당에서는 5월 8일 본회의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부터 심사에 들어가도 4월 말까지 처리하기는 일정이 빠듯하다는 이유에서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29일 본회의가 안되면 5월로 넘어가게 되는데 징검다리 연휴가 있어서 6~8일 정도에나 다음 본회의가 가능하다”면서도 “내주라도 심사에 들어가면 압축적으로 진행해 이달 내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추경 처리가 지연돼 4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다음 달 15일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인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