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11월 열린 집회 당시 경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일직선으로 직접 살수한 행위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4년4개월만의 판단이다.
헌재는 23일 백씨의 유족들이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 판결했다고 밝혔다. 헌재 재판부는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백씨에게 도달되도록 살수한 행위는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백씨는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관들이 직사살수한 물줄기에 머리 등 가슴의 윗부분을 맞고 넘어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약 10개월간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 받다가 이듬해 9월 숨졌다. 이에 백씨의 유족들은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와 살수차 사용의 근거가 된 경찰관직무집행법, 경찰장비관리규칙의 살수차 사용 부분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10조 4항을 보면 ‘위해성 경찰장비는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일한 법 6항에서는 ‘위해성 경찰장비의 종류 및 그 사용기준, 안전교육·안전검사의 기준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시행령 13조는 불법집회·시위 또는 소요사태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 현장책임자의 판단에 의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가스차 또는 살수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백씨의 행위 때문에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히 초래됐다 볼 수 없다”며 “이 사건에서 직사살수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피청구인들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살수차를 배치한 후 시위대를 향해 살수를 지시했다”며 “직사살수 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백씨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종석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이 사건 근거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직사살수행위가 헌법에 합치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