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헌재 "故 백남기 농민 향한 경찰관 '직사살수'는 위헌"

2015년 11월 집회 당시 직사살수로 넘어져 의식불명

"현장상황 확인 없이 직사살수, 백씨 생명권과 집회의자유 침해"

지난 2016년 9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에 마련된 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지난 2016년 9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에 마련된 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11월 열린 집회 당시 경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일직선으로 직접 살수한 행위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4년4개월만의 판단이다.

헌재는 23일 백씨의 유족들이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 판결했다고 밝혔다. 헌재 재판부는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백씨에게 도달되도록 살수한 행위는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백씨는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관들이 직사살수한 물줄기에 머리 등 가슴의 윗부분을 맞고 넘어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약 10개월간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 받다가 이듬해 9월 숨졌다. 이에 백씨의 유족들은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와 살수차 사용의 근거가 된 경찰관직무집행법, 경찰장비관리규칙의 살수차 사용 부분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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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직무집행법 10조 4항을 보면 ‘위해성 경찰장비는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일한 법 6항에서는 ‘위해성 경찰장비의 종류 및 그 사용기준, 안전교육·안전검사의 기준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시행령 13조는 불법집회·시위 또는 소요사태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 현장책임자의 판단에 의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가스차 또는 살수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백씨의 행위 때문에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 명백히 초래됐다 볼 수 없다”며 “이 사건에서 직사살수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피청구인들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살수차를 배치한 후 시위대를 향해 살수를 지시했다”며 “직사살수 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백씨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종석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이 사건 근거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직사살수행위가 헌법에 합치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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