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조 규모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완화한다

산업부, 업계·전문가와 협의체 꾸려 논의 착수

요율 인하, 유가 변동 반영 등 안건될 전망

저유가 장기화 고려한 석유비축계획 재검토도

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원유 저장 탱크의 부유식 지붕(플로팅 루프)이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정유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연합뉴스울산시 남구 SK에너지 원유 저장 탱크의 부유식 지붕(플로팅 루프)이 상단까지 올라와 있다. 정유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정유사 등 국내 석유사업자로부터 연간 2조원 가까이 걷는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을 완화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국제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찍는 등 올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업계의 호소에 따른 것이다.

26일 정유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정유업계와 학계 전문가, 산업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려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 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업계가 꾸준히 건의해온 만큼 개선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 4사 대표와 정유업계를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공유됐다.


현재 국내 석유사업자는 원유와 석유제품을 해외에서 수입할 경우 리터(ℓ)당 16원씩의 수입 부과금을, 또 석유제품을 국내 시장에 판매할 때도 고급휘발유는 ℓ당 36원, 부탄의 경우 톤(t)당 6만2,283원의 판매 부과금을 정부에 내야 한다. 이렇게 걷히는 석유·수입 판매 부과금의 연간 총액은 2조원을 넘길 때도 있으며 지난해 납부액도 1조8,000억원 이상이었다. 코로나 19로 올해 1·4분기에만 4조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되는 정유업계에 적지 않은 수준의 타격인 것이다. 지난 22일 정유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영 상황이 최근 10년 중 최대 위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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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유업계는 ‘코로나 19로 경영난이 예상되는 만큼 비용 부담이라도 줄여달라’고 산업부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왔고, 실제 산업부는 지난 7일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 3개월분(4~6월), 총 9,000억원의 납부 기한을 미뤄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참에 납부 체계가 적정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역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 업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 고민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꾸려지는 협의체는 부과금 요율 인하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과금 총액의 80%를 차지하는 석유 수입 부과금 요율(ℓ 당 16원)은 지난 2006년 확정된 이래 국제유가 오르든 내리든 고정돼온 만큼 인하 필요성이 거론된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은 지출보다 수입이 커 세입·세출 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요율을 지금보다 40% 가량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국제유가의 변동에 따라 요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역시 검토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은 정부의 기간산업 지원 대상에서도 일단 빠진 만큼 (부과금 등) 비용이라도 줄일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산업부는 석유비축계획에 대한 재검토 역시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초저유가 상황이 중동과 미국,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간의 역학관계 갈등으로 촉발돼 장기화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고해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 차원이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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