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저소득 가구의 총자산 격차가 9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이 12.3배로 큰 격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하위 계층은 ‘투잡’까지 뛰어 생계를 이어갔고 부채부담은 더 늘어났다. 전체 소득 증가액은 10만원 늘었지만 소비는 4만원, 저축·투자액은 1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액의 절반인 5만원은 가계 잉여자금으로 남겼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가구소득이 정체되자 지출을 늘리지 않고 ‘장롱’ 속에 현금을 넣어둔 셈이다.
신한은행은 27일 우리나라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e메일 조사를 통해 금융 트렌드를 분석해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지난해 경제활동 가구의 총자산은 평균 4억1,997만원으로 지난 2018년 4억39만원 대비 1,958만원 증가했다. 가구소득 상위 20%인 5구간의 총자산은 8억8,294만원으로 소득 하위 20%인 1구간의 총자산 9,592만원 대비 9.2배 컸다. 소득 구간별 총자산 격차가 벌어진 데는 부동산이 가장 원인이었다. 1구간의 부동산 규모는 2018년 5,699만원에서 55만원 적은 5,644만원, 2구간은 2018년 1억5,291만원에서 177만원 많은 1억5,468만원으로 나타났다. 1구간과 2구간 모두 전년 대비 부동산 자산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중간소득 계층인 3구간은 1,557만원 증가한 2억8,162만원, 4구간은 2,818만원 늘어난 4억848만원을 기록했다. 상위 20%인 5구간은 3,126만원 증가한 6억9,433만원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부동산 자산가치 역시 크게 상승했다. 가구소득 1구간과 5구간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2018년 11.6배에서 2019년 12.3배로 더욱 벌어졌다.
이처럼 부동산 편중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금융상품별 월 저축과 투자액 변화를 살펴보면 전년 대비 1만원 늘어 117만원을 기록했다. 펀드와 주식, 주가연계증권(ELS) 등은 7만원을 투자해 전년(9만원)보다 줄어들었고 적금·청약(48만원)과 보험(39만원) 등 안정형 금융상품 저축이 70.7%에서 74.3%로 증가했다. 이마저도 1구간은 2018년 대비 2019년 월 저축액이 6만원 감소했다. 저축은 못 하는데 부채 부담은 더 커졌다. 5구간의 부채 잔액은 1억2,498만원으로 1,642만원 늘었고 1구간은 972만원 증가해 3,646만원으로 부채 잔액 자체는 적었지만 전년 대비 가장 큰 비중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투잡족은 10.2%로 전년(8.1%) 대비 1.3배 늘었다. 직종별로 보면 대리운전·택배 기사, 재택 부업, 사무보조 등 생계형이 65.7%나 차지했다. 투잡족의 본업 수입은 한 달 평균 228만원으로 원잡족의 월 수입 323만원과 비교해 95만원 적었다. 부업을 해도 수입 증가는 54만원에 그쳐 매월 총 282만원을 벌면서 여전히 원잡족의 본업 수입(323만원)보다 41만원 적었다. 투잡족의 월평균 부업 근로시간은 45.5시간으로 본업의 근로활동 외에 한 달 30일 동안 매일 1시간30분씩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전체 가구는 한 달에 평균 486만원을 벌어 241만원을 썼다. 부채 상환액은 월 41만원으로 1만원 늘었지만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로 동일했다. 다만 매월 고정지출인 소비액과 부채 상환액이 4만원 늘어 저축 여력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저축·투자액은 117만원으로 1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나머지 5만원을 가계 잉여자금으로 남겨 지출도, 저축도 못 하는 형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비와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고 잉여자금 비중도 컸다. 가구소득 1구간은 매월 고정지출 후 총소득의 9.5%를 예비자금으로 축적하는 반면 5구간은 총소득의 22.8%를 잉여자금으로 축적하고 있어 ‘장롱 속 현금’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였다. 금액으로 보면 5구간의 잉여자금은 206만원으로 1구간 총소득(189만원)보다 월등히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