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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 골퍼’ 이보미 "결혼 후 첫 시즌...남편에게 우승하는 모습 보여줘야죠"

긴 슬럼프 끝 작년 부활 신호탄

日 상금랭킹 83위 → 21위 껑충

"정상서 천천히 내려갈 생각 대신

후회없이 앞만 보고 달려갈 것"

배우 이완과 결혼 후 각오 다져

내달 KLPGA 챔피언십 출격

아이언 샷 하는 이보미. /사진제공=KLPGA아이언 샷 하는 이보미. /사진제공=KLPGA




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한 이보미. /사진제공=이보미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한 이보미. /사진제공=이보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통산 21회 우승을 자랑하는 이보미(32)는 새 시즌 개막 연기가 가장 안타까운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2017년 8월 우승을 마지막으로 이듬해 상금 랭킹 83위까지 밀려 바닥을 경험했던 그는 지난해 랭킹을 21위까지 끌어올리며 부활의 실마리를 찾았다. 10월 대회에서 1타 차로 준우승하고 12월 끝난 시즌 최종전에서도 공동 5위에 올랐다. 최종전 마지막 라운드를 1타 차 단독 선두로 맞는 등 새 시즌의 화려한 재기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2020시즌 JLPGA 투어는 3월 개막전부터 오는 6월 초까지 14개 대회가 날아갔다. 서울 집에 머물고 있는 이보미는 종종 연습장을 찾고 후원사 관련 스케줄을 조금씩 소화하며 투어 정상화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27일 전화로 만난 이보미는 “계속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 연습장 다니고 가끔 라운드하는 일정 빼고는 거의 집에 있다”며 “체력훈련을 많이 못 해 걱정이지만 그보다는 모든 분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에 계시는 분들도 무탈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일본에 앞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5월14일 KLPGA 챔피언십으로 시즌이 재개된다. 2015·2016년 JLPGA 투어 상금왕이자 KLPGA 투어 영구 시드권자인 이보미도 이 대회에 출전한다. 거의 6개월 만의 공식 대회 출격이다. 이보미는 “미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후 코로나19 영향으로 두 달 동안 체력훈련이 부족했던 터라 나흘간 경기를 어떻게 끌어갈지 고민”이라면서도 “스윙이 피니시까지 한 동작으로 이어지지 않고 끊기던 버릇을 꽤 많이 고쳤기 때문에 확실히 샷에 대한 불안감은 덜한 상태”라는 말로 자신감도 보였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의 스윙코치 이시우씨가 정확히 1년 전부터 이보미의 재기를 돕고 있다. 이보미는 “예전에는 스윙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들었다 치는 게 다였는데 스윙교정 과정에서 다시 골프를 알게 된 것 같다”면서 “더 재밌어졌다. 주변에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성적도 내면서 계속 재밌게 골프를 하고 싶다”며 웃었다. 2주 전 실전 연습을 위해 찾은 충남의 한 골프장에서 이보미는 강풍을 뚫고 6언더파를 치기도 했다.


2017년 21승째를 올린 직후 서울경제와 만났던 이보미는 당시 “선수 생활의 내리막을 천천히, 멋지게 내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는 “천천히 내려가면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적어도 선수 타이틀을 달고 있을 때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앞을 보고 달려야 하는 것 같다”며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생각의 변화에는 환경의 변화도 어느 정도 작용한 모양이다. 이보미는 배우 이완씨와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색시다. 2년 교제 끝에 결혼한 그는 아직 이씨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최종전 때 오빠가 갤러리로 응원을 왔는데 저보다 더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때는 아쉽게 미끄러졌지만 앞으로 최소 한 번은 우승 장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보미에게 남편 이씨는 고춧가루를 잔뜩 넣어 잘못 만든 된장찌개를 한 그릇 뚝딱 해치운 뒤 더 달라며 미소를 보내는 둘도 없는 ‘내 편’이다. 이씨는 이보미를 만나 골프가 확 늘었다. 평범한 주말골퍼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70대 스코어를 심심찮게 적는다.

KLPGA 투어가 5월 재개 이후 계속 대회 일정을 이어가면 이보미도 당분간은 국내 대회에 계속 출전할 계획이다. 새신랑 이씨도 매번 대회장을 찾아 특별한 추억을 쌓을 예정이다.

“동갑 친구인 (박)인비가 남편분(스윙코치 남기협씨)이랑 서로 챙겨주면서 투어 생활하는 모습이 부러울 정도로 보기 좋더라고요. 그렇게 골프장 안팎에서 저희도 예쁜 부부로 살아가고 싶어요.”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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