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AI 전문가 품귀...누구 탓인가

박호현 성장기업부 기자




“요즘 인공지능(AI) 경력만 붙어 있으면 몸값이 천정부지입니다. 지금이라도 AI 전문가로 진로를 틀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최근 만난 스타트업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고민의 발단은 이렇다.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AI 개발자가 최근 대형 로펌으로 이직했는데 거액의 몸값을 받고 갔다는 것이다. 더 부러움을 산 것은 연봉 2억원을 제외하고도 고급 외제차를 보너스로 받았다는 것이다. 연봉 2억원에 외제차는 전문직의 경우 흔한 일이지만 무명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AI 개발자가 이 같은 파격 대우를 받자 소외된 다른 전문가들은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AI 관련 석사급 병역특례인 전문연구요원 역시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구문이 됐다. 그만큼 AI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한 교수 밑에서 지도를 받은 석·박사급 AI 연구원은 주요 스타트업과 정보기술(IT) 대기업의 입도선매 대상이다. 백지수표로 구인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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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관련 개발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AI의 A자만 붙어도 몸값이 치솟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로펌들도 AI와 관련된 법률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해 AI 전문가를 영입할 정도이니 말 다 했다. AI와 관련한 고급 개발자 수요 증가에 공급이 못 따라가다 보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개발자들에 대한 국내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서 한해 배출되는 AI 관련 인력은 450명 안팎이다. 이마저 대부분 해외로 나가 100여명 정도만 국내에 남는다. 실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규제 영향으로 15년째 6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미국 스탠퍼드대의 컴퓨터공학 전공 정원은 700명이 훌쩍 넘는다. 인력이 필요하면 대학 정원을 늘려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곳곳에서 AI 전문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공허한 4차 산업혁명 구호 대신 고급 개발자를 양성할 대학 전공 인원이라도 늘려 달라”는 업계 목소리를 안 듣는 건지, 못 듣는 건지. greenlight@sedaily.com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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