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협력의 길을 찾아나서겠다”며 “코로나19 위기가 남북협력의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사업비가 총 2조8,520억원에 이르는 동해북부선 사업 추진 기념식을 열고 내년부터 본격 착공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밝힌 가운데 남북 사업의 시계추는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신뢰관계도 직접 거론했는데, 이는 ‘신변이상설’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남북관계와 관련해 “현실적 제약 요인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끊임없이 실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나와 김 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평화경제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북미협상이 답보상태이기는 하지만 여당의 총선 압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을 발판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추동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실천을 속도 내지 못한 것은 결코 우리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남북협력의 새로운 고리로 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협력에서 시작해 가축 전염병과 접경지역 재해재난, 그리고 기후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등 생명의 한반도를 위한 남북교류와 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 공동 유해발굴 사업을 비롯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실향민들의 상호 방문을 추진할 계획임을 명확히 했다.
정부는 이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사업을 재가동했다. 이는 지난 2000년부터 추진돼왔던 남북 철도연결 사업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을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데 합의했으나 지금까지 이행된 것은 없다. 동해북부선은 강릉에서 제진역을 잇는 종단철도로 1967년 노선이 폐지된 후 지금까지 단절된 상태로 남았다.
이번 건설 사업은 남강릉역에서 제진역까지 총 110.9㎞를 잇는 구간을 단선 전철로 만드는 사업이다. 내년 말 착공될 계획이며 총 사업비만 2조8,520억원에 달한다. 이달 23일 남북협력 사업으로 지정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가능해졌다. 김연철 장관은 기념사에서 “동해북부선 건설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한반도 뉴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언급한 코로나19 방역 협력도 조만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잠행이 ‘코로나 파천’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제기되는 등 북한 내부의 방역 상황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은 폐쇄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고, 미국 역시 여전히 대북제재 의지가 강경해 우리 정부의 ‘가속 페달’은 근본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제진역=윤홍우·윤경환·공동취재단·조양준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