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기간산업 지원이 경영 개입으로 흘러선 안된다

정부의 기간산업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면서 개별기업에 고용유지와 자구노력·이익공유 등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원금액의 15~20%를 주식연계증권으로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무리한 경영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청와대는 26일 정부의 지분확보와 관련해 “해당 산업이 정상화됐을 때 이익을 공유하는 개념이지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모럴해저드를 막고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이익공유라는 낯선 개념에 의구심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을 동원한 경영간섭에 시달려온 기업들로서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여당에서 발의한 기간산업안정기금 관련법에는 경영성과 공유, 자금사용 제한 등 자의적이고 불투명한 조건이 적지 않다. 별도의 기금운용심의회가 경영자의 개선 노력을 평가하고 배당이나 투자활동을 심사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긴급자금 지원 목록에 오르면 사실상 국책은행의 관리를 받게 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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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원 기업의 지분 확보를 최소화하고 의결권 없는 주식으로 매입해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경영 정상화 기준을 명시하고 주식 재매각 시점을 명확히 하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애매모호한 자구노력 요구도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채권단의 자구 압박에 못 이겨 알짜인 기내식·항공기정비사업부를 매각할 모양이다. 과거 해운업계가 항만터미널 등 핵심 분야를 처분해 글로벌 해운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금융논리와 정치의 입김에 휘말려 이중삼중의 압박에 시달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업을 과도하게 옥죄면 경제를 살리는 지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상식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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