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얼굴을 붉혔던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재원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정 총리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빚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고, 홍 부총리는 세출 조정을 하더라도 추경 규모가 커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 총리는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3차 추경시 기존 예산에서 몇십조원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에 “세출 구조조정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광범위하게 해서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결위원장인 통합당 김재원 의원이 “3차 추경 재원을 전액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는 것 아닌가”라고 추가 질문하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재부를 중심으로 각 부와 충분히 소통해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가급적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3차 추경은 고용 충격 대책이나 금융 대책, 경기 뒷받침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 것 같다”며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 세출 구조조정을 더 하려고 하지만, 규모가 커지는 부분은 대부분 적자국채로 충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세수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과 고용대책 등 3차 추경 규모는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예산 조정을 강화할 수록 오히려 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적자 재정도 검토해야 한다’는 심 의원 지적에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만 아끼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며 “재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정 총리가 홍 부총리를 설득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한 뒤 불편한 모습이 표출된 바 있다. 정 총리는 일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며 “재정건정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기재부에 경고장을 보냈다.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집중했던 정 총리는 취임 100일이 지나면서 부쩍 경제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