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동빈 롯데홀딩스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 1월 신격호 회장이 별세한 후 신동주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주 회장은 오는 6월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을 앞두고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인물의 이사 취임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도 함께 담았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으며 롯데그룹의 브랜드가치·평판·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며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동주 회장은 만약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되면 일본회사법에 따라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의 판결이 확정됐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선임됐고 이달 취임했다. 롯데홀딩스 회장은 올해 1월 별세한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맡고 있었으나 그가 지난 2017년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한동안 공석이었다.
신동주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던 2015년 7월부터 2018년까지 5차례에 걸쳐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안을 제출하고 표 대결을 벌였으나 모두 패했다. 이후 주총에서 같은 안건을 계속 제안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번에도 신동주 회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대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사(27.8%), 관계사(13.9%), 임원지주회사(6%) 등으로 구성됐다.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의 최대 주주이긴 하지만 나머지 대주주는 모두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
롯데지주(004990)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은 컴플라이언스 위반으로 해임된 후 지난 5년간 수차례 주총에서 동일 안건을 제안하고 있지만 주주와 임직원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며 “더군다나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인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의도는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을 포함 임원들이 급여까지 자발적으로 반납하며 난관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데 신 전 부회장은 이러한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