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디자인 총괄인 루크 동커볼케(사진) 부사장이 물러났다. 당분간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부문은 이상엽(현대차), 카림 하비브(기아차(000270)) 전무의 ‘투톱 체제’로 운영된다.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4년여간 현대·기아·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총괄하며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동커볼케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일신상 이유로 사임했다.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동커볼케 부사장은 지난 2015년 11월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으로 합류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고급차 시장 공략을 위해 영입했다. 피터 슈라이어 현 디자인 경영 담당 사장에 이은 두번째 외부 대형 디자이너 스카우트로 디자인 역량 강화를 강조해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상당히 공을 들였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1990년 푸조에 입사해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해 아우디·폭스바겐·스코다·람보르기니·벤틀리 등을 거치며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로 인정받았다. 2012년부터 벤틀리에서 플라잉스퍼와 벤틀리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벤테이가의 디자인을 이끌며 다시 한 번 디자인 역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디자인을 총괄하며 차세대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개발을 주도했다. 재임 기간에 출시한 차량들이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 레드닷, IDEA 디자인상을 잇따라 석권해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G80은 미국 자동차 전문지 ‘잘롭닉’에서 ‘말도 안되게 멋진 차’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2월에는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에게 수여되는 ‘오토베스트 디자인 부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기아·제네시스 디자인의 미래를 설계하는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며 행운이었다”며 “이들 브랜드의 대담하고 진취적인 정신은 제가 경계를 허물고 한계에 도전하는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상적인 디자인 조직의 구성, 미래 디자인 DNA 구축, 디자인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신뢰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탈바꿈시킨 탁월한 리더로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영감을 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