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은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전자업계가 ‘최악의 2분기’를 예상하는 가운데 올해 전체 실적을 이끌 하반기 반등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됐지만 매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있었던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전자(066570) 등 주요 기업들은 하반기 가이던스를 명확하게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과 유통망·공급망·오프라인 매장 폐쇄에 따른 생산·판매 차질과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며 2분기는 세트 사업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투자는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LG전자도 ‘신 가전’ 덕분에 1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지만 2분기와 하반기 불확실성에 떨고 있다. LG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리스크가 커서 해외에서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2분기가 가장 힘들고 3~4분기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23일 SK하이닉스도 올 1·4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등으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4분기부터 실적이 꺾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문제는 스마트폰·PC 등 메모리반도체 최대 고객사의 수요 감소가 올해 하반기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채임자(CFO)는 “코로나 19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연간 가이던스(전망치) 제시는 어렵다”면서“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향후 5G와 서버 중심의 성장 모멘텀이 왔을 때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과 인프라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내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고 하반기에 ‘반발 수요’가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서버 수요가 견조하지만 인텔이 서버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 “하반기 스마트폰의 반발 수요 등으로 상반기 피해를 상쇄할 수요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