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장보다 2.7% 가까이 하락하면서 1,900선 밑으로 내려갔다. 개인투자자는 1조7,000억원 가까운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이며 1998년 집계 이후 가장 큰 순매수 규모를 보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400억원, 8,000억원씩 팔아치우는 모습을 보였다.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19포인트(2.68%) 내린 1,895.3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1.14포인트 떨어진 1,906.42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코스피 하락을 부추긴 명분은 미중 간 통상 분쟁 가능성이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팬데믹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중국에 1조 달러 규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불안을 부추겼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날 하락장의 근본 원인을 ‘주가 부담’에서 찾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장사들의 실적 하향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지난달 사이에만 코스피가 10% 넘게 오르면서 현 주가 수준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미중 분쟁 가능성을 명분 삼아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이날 신한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개월간 10.5배에서 11.1배로 올라섰다”며 “지수 하락에도 주당순이익(EPS) 감소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EPS는 2월말 대비 7.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6,984억원(오후 4시 기준)을 순매수했다. 1998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453억원, 8,051억원을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개인의 ‘매수액’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개인 순매수, 외국인 순매도’ 구도가 코로나19 발발 이후 지속돼오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발발 이후부터) 이때까지를 크게 보면 ‘외국인은 팔고, 기관은 샀다 팔고, 개인은 사는’ 과정이었는데 이것이 오늘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5일 우리나라 주식시장 휴장을 앞두고 미리 위험 분산에 나서려는 외국인과 기관이 강한 매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수급 구도가 나타났다는 해석도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NAVER(0.76%)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3%), SK하이닉스(-3.23%) 등 반도체주를 비롯해서 LG화학(-4.38%), 삼성SDI(-3.15%), 삼성물산(-5.75%) 등이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27포인트(0.51%) 내린 641.91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주체별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810억원, 77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기관은 839억원을 팔아치웠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에이치엘비(0.31%), 셀트리온제약(1.84%)이 상승 마감했고 알테오젠은 26.33%나 오르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9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