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문수 전 SK텔레콤(017670) 사장이 SK그룹의 사내 교육 플랫폼 ‘마이써니(mySUNI, 이하 써니)’ 총장으로 선임되며 16년 만에 그룹에 복귀했다. 써니는 SK 구성원 역량 향상을 위해 지난 1월 SK경영경제연구소와 SK아카데미가 힘을 합쳐 출범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연말 표 전 사장을 써니 총장으로 임명했다. 표 총장은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와 최종현 2대 회장의 조카다. 최태원 회장과는 고종사촌이다.
표 총장은 2000년부터 2004년 2월까지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당시 신세대 이동전화 상품인 ‘TTL’ 돌풍을 주도하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등이 소버린 사태 등으로 물러나자 오너 일가로서 함께 퇴진했다. 이후로는 SK텔레콤 고문 등을 맡으면서도 경영 일선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SK그룹의 ‘사내 대학’ 써니 출범에는 표 총장의 평소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매스 보스턴대 교수를 지내다가 그룹에 입사한 표 총장은 ‘공부하는 경영자’로 유명했다. SKT 최고경영자(CEO) 재임 당시 임원들에게 기존 분야 외에 ‘복수전공’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임원 50명으로 구성된 스터디 그룹을 꾸렸을 정도다. 스터디에서는 주요 경영 이슈를 화두로 던지고 임원들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미나를 실시했다.
표 총장은 SK텔레콤에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싱크탱크 미래경영연구원(FMI)을 설립하기도 했다. 원장으로서 연구개발(R&D)을 통해 통신산업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운영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FMI는 SKT가 기존 이동전화서비스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현재의 사물인터넷(IoT)과 유사한 ‘유비쿼터스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 기술 관련 강의를 제공하는 써니와도 유사하다. 써니는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혁신 디자인, 행복, 사회적 가치, 리더십, 반도체 등 9개 분야에서 513개 강좌를 제공 중이다. 연내에 에너지 솔루션 분야가 추가될 예정이다.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 관계사 CEO도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써니는 표 총장을 비롯해 최고학습책임자(CLO)와 최고혁신책임자(CIO)로 구성된 ‘C레벨 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돈현 SK유니버시티 사장이 CLO를,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이 CIO를 맡았다. 조 사장은 SK㈜ HR실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HR팀장을 담당했던 인재개발 전문가다. 써니에서는 CLO로서 구성원들의 학습을 통한 역량 확보를 이끌고 관계사들이 기업문화로 ‘학습 조직’을 지향하도록 지원하게 된다.
염 소장은 2009년 SK경영경제연구소로 입사해 정보통신연구실장, 미래연구실장을 거쳐 2017년 소장으로 취임했다. 써니에서는 CIO로서 미래 역량 확보를 위한 연구와 플랫폼 구축 등의 역할을 맡는다. 써니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미래 역량을 개발하고 성장과 행복을 만들어가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