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코로나19가 부른 미·중 경색…다시 무역분쟁 부를까

미중 관계 역대 최악

대선 앞둔 트럼프 중국 비난 이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책임공방이 격화되면서 양국간 갈등이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올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키우면서 미중 2차 무역전쟁이 사상 최악의 신냉전 시대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가 크다. 금융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 충격보다 오히려 미중간 2차 무역전쟁이 몰고올 파장을 더 우려하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년간 경색됐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최근 몇 달 동안 급속히 악화되면서 이해관계는 줄어드는 반면 갈등만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중국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과거 협력 프로그램을 폐기했으며, 중국 역시 남중국해 군사활동 강화와 미국의 동맹국인 대만에 대한 위협 등으로 맞서면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갈등은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재와 정부 연금펀드의 중국 기업 투자 중단, 미국 전력망에 사용되는 전기장비의 수입 제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WSJ은 또한 미중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인식이 최근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 3월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3분의 2가 중국에 비우호적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2005년 첫 조사 이후 가장 부정적인 평가였다. 앞서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미국과 중국 정부 전·현직 고문을 인용해 양국 관계가 수십 년 내 최악으로 떨어졌다며 사실상 신냉전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미중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1989년 톈안먼 사태 때보다 더 큰 양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중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더 커진다면 금융시장은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개시 당시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양국이 이같은 갈등 상황에서도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한 협력이 아닌 포스트 팬데믹 시대 패권 확장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재무부 관료 출신인 스테파니 시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가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을 가속하는 역할을 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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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도 현재의 미중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지난 2년여간의 관세 갈등을 종식시킨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미국 정부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과 각국의 대중국 투자 흐름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에 반하는 수사를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경제에 더 많은 피해를 줄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이 같은 움직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중국 책임론을 부각하는 배경에는 정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WSJ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멤버들이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중심 이슈로 만들고 싶어하는데, 이는 노동자계층 지지자들의 관심을 끌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도 시진핑 리더십을 유지하고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더럽혔다며 “인류 공공의 적”, “악”이라고 불렀고, 중국 글로벌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아무 증거 없이 코로나19 중국 기원설 루머를 퍼뜨리고 있으며 미 행정부가 루머를 퍼뜨리는 이유는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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