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원유 의존도 높은 中…달러 없이 경제 못 굴려
첫째, 석유입니다. 지난해 중국은 원유 소비의 72%를 수입의 의존했습니다. 올 1·4분기 원유 수입량도 전년 대비 5% 증가한 1억3,000만톤에 달합니다. 원유를 사올 때 달러를 써야 합니다. 미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강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원유가 있다는 게 미국의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의 분석입니다. 달러패권이 강력한 이유는 달러가 원유결제와 연동돼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달러가 필요합니다. 3조달러 규모의 중국 외환 보유액 가운데 3분의 1이 미 국채입니다. 달러 없이는 경제를 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미 국채를 투매해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은 미국과 금융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달러 없이 지내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입니다. 국가와 공산당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중국에 강경하기 때문에 이는 11월 대선 결과와 관계 없습니다. 미국을 상대로 국채를 대규모로 투매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 없지요.
중국이 점진적으로 유로화 편입 비중을 높이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도 당장 되는 일이 아닙니다. 디지털 화폐는 더 뒤의 일이고요.
②한 분기에만 3조달러 채권 찍는 美…금리도 사상 최저 0.6%대
둘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미국의 금융시장입니다. 1조달러는 많은 것 같지만 적기도 합니다. 미 재무부가 이번 분기에 찍겠다고 하는 미국채 규모가 무려 3조달러에 달합니다.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QE)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중국이 1조달러어치를 단기간에 다 팔아치우는 일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를 흡수 못해 무너지는 상황이 아닙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연준이 현재 6조4,000억달러대의 보유자산(대차대조표)를 갖고 있습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미국 GDP의 30%나 이보다 덜 한 수준인데 일본은 80~90%”라며 “이를 고려하면 더 커질 수 있으며 연준에 한계는 사실상 없다”고 했습니다.
금리도 사상 최저입니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연 0.6%대입니다. 재무부가 3조달러를 찍겠다고 하면서 다소 변동이 있었지만 몇 퍼센트포인트씩 급등하지 않습니다. 1조달러라면? 그 영향이 더 적겠죠.
물론 금융시장 혼란이 클 것입니다. 단순히 국채 문제를 넘어 무역갈등에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지기 때문이죠. 미국 정부가 걱정하는 것도 이런 부분입니다. 다만 이 경우 앞서 말했듯 미국이 손해 본 이상으로 중국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③日 등 동맹 나설 가능성…미국도 빌미는 안 준다
셋째, 일본입니다. 좁게 말해 일본이지만 미국의 동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무부가 지난 1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일본의 미 국채 보유잔액은 1조1,600억달러(2019년 11월 기준)로 세계 1위고 중국이 1조900억달러로 2위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일본이 중국을 제치고 2년 만에 미 국채 보유액 1위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외국인의 미국채 보유규모는 40조6,000억달러 수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났듯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투자자들이 밀려듭니다. 중국 물량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일본이나 동맹국이 못 받아줄 이유가 없습니다. 전체 외국인 보유량 기준으로 따져봐도 중국의 보유 비중은 2.68%입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서서히 줄여나갈 수는 있겠습니다. 최근 흐름도 그렇고요. 하지만 단기 투매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이 미국 정부를 고소하거나 미국산 상품구매를 이행하지 않는 방안, 보복관세를 하는 방안 등 그 어느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도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지난 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채 상환의무는 절대적으로 신성불가침한 영역”이라며 전면 부인했습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선호한다고 했는데요. 코로나19로 전세계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중국 입장에서는 약점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