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뒷북정치] 한미동맹도 돈으로 따지는 美트럼프에 꽉 막힌 방위비 협상

트럼프, "부자나라 韓, 돈 더 내라" 전방위 압박

美행정부 "13억 달러가 최종제안" 배수진까지

韓 "13% 인상이 한계"... 11월까지 장기화 우려

실무 협상 가능성 줄어 文대통령 역할론 고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이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두고 지금보다 50%나 많은 13억 달러 안을 받으라며 한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는 13% 인상안을 고수하는 한국 정부 입장과는 격차가 매우 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 가치조차 지나치게 돈으로 계산한다며 협상이 최소 올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 등 군용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서울경제DB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 등 군용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서울경제DB


미국 “부자나라, 13억 달러 내라”... 전방위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부자나라’를 보호하고 있다”며 “한국이 상당한 돈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합의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미국이 우방과 적에 의해 이용당해왔으나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라며 동맹의 가치조차 포기한 듯한 발언도 했다.

한국에 방위비를 더 부담하라고 압박에 나선 것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뿐이 아니다. 제임스 앤더슨 국방부 정책담당 부차관 지명자도 상원 인준청문회 서면답변에서 “한국에 더 크고 좀더 공평한 비용 분담을 짊어지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아예 미국 측이 한국에 13억 달러 안을 제안했음을 확인해 줬다. 기존 방위비보다 50%나 비싼 수준이지만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50억 달러보다는 훨씬 싸다는 게 미국 측 논리였다. 그는 13억 달러 안에 대해 “최종 제안(final offer)”이라고 배수진을 친 뒤 “미국이 너무 많이 내렸지만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안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미국이 이렇게 한국에 공세적으로 나서는 것은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과시용 성과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미 주한미군 근로자 4,000여 명이 지난달 1일부터 한 달 이상 무급휴직을 당한 상황에서 미국 측이 협상의 우위를 점했다는 인식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해 8월과 지난달 29일에도 “한국이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며 압박성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韓 “13% 인상이 한계”... 美대선까지 장기화 가능성


미국의 이 같은 압박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당초 양국이 합의한 수준으로 알려진 ‘13% 인상안’을 여전히 한계치로 잡고 있다. 50억 달러든, 13억 달러든 합의할 수 없는 액수인 건 마찬가지라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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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강경화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에 출석해 ‘13% 인상안을 미국이 거부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그 액수가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장관은 지난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나눴지만 방위비 협상에 대해서는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원론적인 의견만 교환했을 뿐 더 이상의 진전된 논의는 하지 못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은 지난달 1일만 해도 ‘잠정 타결’ 됐다는 우리 정부 측 정보를 근거로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3월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미국에 코로나19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진단 키트를 원조해주는 조건이 통했다’ 등의 분석이 나오는 와중에 청와대 역시 ‘그런 보도도 있더라’며 공식적으로 부정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잠정 합의안을 재가하지 않았고 협상은 또 다시 결렬됐고 그 이후엔 논의조차 지지부진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미 방위지 협상은 적어도 11월 미국 대선까지 교착 상태를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양측이 주장하는 액수 차이가 커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동맹을 돈으로 계산”... 文대통령 역할론도

돌파구가 워낙 보이지 않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가치를 너무 돈으로만 계산하려고 한다”는 볼멘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실무진끼리 합의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은 점을 감안해 더 이상 실무 협의가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 정상인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차원에서 풀 숙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협상이 장기전으로 가더라도 미국 우선 정책의 근육질을 과시하려 할 수 있다”며 “동맹의 가치를 돈과 연계하는 것은 좁은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최고 협상책임자 간의 최종협상만 남았으므로 문 대통령이 핫라인 등을 통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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