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당선자들은 8일 총회를 열고 대구 5선·비박계 주호영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지역구 당선자 84명 가운데 59명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합리적이고 협상에 능한 주 원내대표를 높이 샀다.
4·15 총선에서 통합당은 지역구 84석으로 16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했다. 영남권 의석이 56석으로 3분의 2다. 서울대학교 강원택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 28개 선거구 가운데 16개를 공천 못해 전국 정당이 아니다”고 평했다.
수도권과 중도, 3050세대의 표를 얻을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과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선에서 당 쇄신과 중도 포용을 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도 찬성했다. 그런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복당도 “빠른 복당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둘은 ‘기름과 불’이라는 말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김종인 “홍준표가 대선후보되면 당 망한다” |
지난달 28일 통합당 전국위원회는 김종인 비대위를 의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대위원장을 즉각 거부했다.
당 대표의 권한을 가지는 비대위원장직을 맡아도 상임전국위가 이를 고치지 않는 한 8월 전권을 내려놔야 한다. 통합당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상임전국위를 열어 이 제한을 해소해야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한 일간지에서 김종인 비대위를 무산시킨 인물이 홍 전 대표라는 칼럼이 올라왔다. 김 전 위원장의 말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칼럼에 등장한 인물은 “김종인은 ‘홍준표가 통합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당이 망한다. 그러니 대선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홍준표를 입당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꼰대 정당’과 ‘막말 정당’의 이미지를 가지는데 홍 전 대표의 언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김 전 위원장이 통합당 비대위를 맡아도 주 원내대표의 뜻과 달리 복당은 힘들 수 있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홍 전 대표를 향해 “지난 대선에서 (대선주자로서) 시효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부패 얼룩진 노욕, 정계 기웃 말라” |
홍 전 대표는 총선 참패 직후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카리스마도 있고 또 오랜 정치경력도 있고 당에서 혼란을 수습해 본 경험도 있다”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본인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19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함승희 주임 검사의 요청으로 20분 만에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뇌물 사건을 자백받았다”고 폭로하며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비대위원장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바꾸며 저격했다. 또 홍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최근 잇단 노욕에 찬 발언들을 보면서 당이 이러다가 풍비박산 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이제 그만 공적 생활을 정리하고 정계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말했다.
바뀐 입장에 대해 홍 전 대표는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해명을 내놨다. 그는 “‘김종인 씨가 새누리당·민주당의 혼란을 수습해 봤으니 일시적으로 당을 수습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임기 제한 없이 해 달라’, ‘무제한 권력을 달라’, ‘대선 후보도 지정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이 임시로 당을 수습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당을 통째로 거저먹으려고 대드는 것’이라고 생각해 반대한 것”이라고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입장이 김 전 위원장의 “시효가 끝났다”는 평가를 전후로 돌변한 것은 맞다.
당내 이견 "즉시 복당" VS "사과부터 하라" |
대구에서 재선한 곽상도 의원도 이달 5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소속 당선인을 신속히 복당시켜 보수 야권의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2017년 11월 29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말을 주고 받고 있다. 둘은 ‘바퀴벌레’, ‘연탄가스’와 같은 막말 싸움을 해 논란이 됐다./서울경제DB
반발도 만만치 않다. 충청에서 5선 고지에 올라 차기 당 대표 후보인 정진석 의원은 홍 전 대표를 향해 “그 정도로 인내심 없고 그 정도로 입이 가벼운 사람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종인을 ‘뇌물 인사’로 지적한 홍 전 대표에 대해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다. 국민의 손가락질이 보이지 않느냐”고도 꼬집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홍 전 대표를 향해 “통합당원과 지지자에게 사과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며 “당이 가장 어려울 때,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당 지도부가 간절히 내민 손을 뿌리치고 당을 나가시지 않았느냐”고 했다.
복당 반대 인사들은 2017~2018년 친박계와 벌인 내전의 재연을 염려한다. 홍 전 대표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도 친박 인사들이 당을 흔들고 있다며 ‘바퀴벌레’, ‘연탄가스’라는 말로 비판했다. 또 “총선 때는 당에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겠다”고 했다.
정우택 의원은 2018년 말 홍 전 대표가 정계 활동을 재개하자 “바퀴벌레처럼 기어 나오고, 연탄가스처럼 스며 나온다”는 말로 되갚았다. 황교안 전 대표와 함께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는 친박-친황계 인사들은 이번 총선에서 홍 전 대표에게 강북 험지를 강요했다. 홍 전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대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한 초선 당선인은 “싸우면 이제 끝장난다”고 말했다.
협상가 주호영 “복당하되 즉시 복당은 아냐” |
우선 김종인 비대위는 “연찬회와 의원총회에서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지도부 형태를 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곧 의원총회가 되는 당선자 총회는 이미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하는 그를 원내대표로 뽑았다. 당의 중심인 당선인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하면 홍 전 대표도 더 이상 반발하기 힘들다.
주 원내대표는 “복당을 막아야 한다는 선택지는 없다”고도 말했다. 다만 “‘순차’냐 ‘일괄’이냐, 그렇다면 때는 언제냐 정도의 논란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 직후 주 원내대표는 홍 전 대표의 복당에 대해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모두 합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종인 비대위는 재보궐선거를 앞둔 내년 3~4월께까지 대선주자들 만들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복당 시기도 이에 맞춰 유연해질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홍 전 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서로 “사법 연수원 동기”라며 친분을 드러내고 있다. 협상에 능한 주 원내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와 홍준표 복당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명제를 풀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 통합당 의원은 “애초에 둥글둥글한 협상가인 주호영 의원이 자기 색깔이 강한 권영세 당선자보다 더 낫다는 평가가 우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