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올해 1조원 이상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한다.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산업군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에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자금 수주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은 6월 말께 ‘2차 기업구조혁신펀드’ 출자 공고를 낼 예정이다. 규모는 1차 펀드와 비슷한 1조원대로 전망된다. 다만 1차 때와 달리 블라인드 펀드 비중을 더 늘리고 2년간 2차례로 나눠 펀드 운용사(GP)를 선정했던 것을 이번에는 1년 한 차례로 줄여 사실상 시장에 공급되는 자금 규모는 2배로 늘어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5조원까지 기업구조혁신펀드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장금융의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PEF 등 민간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시장에 ‘마중물’을 대기 위해 2018년 8월에 만들었다. 국책·시중은행에서 돈을 모아 모펀드(5,415억원)를 결성하고 해당 펀드의 지원을 받은 운용사(GP)가 민간에서 같은 규모를 조달(매칭) 운용한다. 지난 2년간 블라인드 펀드(4,000억원) 6건, 프로젝트 펀드 4건 등이 집행됐다. 성동조선해양과 동부제철도 기업구조혁신펀드 자금이 투입, 부활의 날개를 달았다.
국내 주요 PEF들은 2차 구조혁신펀드 출자 공고에 어떤 특화된 조건 등이 담길지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1차 펀드 때와 달리 출자 규모가 대폭 늘어나는 만큼 모펀드 지원금과 시장 매칭 자금을 합치면 최대 3,000억원대 펀드도 조성할 수 있다 보니 왠만한 대형 PEF들도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PEF 관계자는 “출자금을 어디서 받았는가에 따라 투자처도 달라지는데 한국성장금융의 출자금은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 기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관련 시장이 팽창할 수밖에 없는 만큼 PEF들도 미리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주요 PEF들은 성장금융이 올해부터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사모대출펀드(Private Debt Fund) 내용도 이번 출자 공고에 함께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PDF는 투자 대상이 에쿼티(Equity)가 아닌 부채(Debt)로 단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금확보가 시급한 기업을 발굴, 대출 형태로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아 고정적인 이자수익을 낼 수 있다. 시중 은행이 지원을 꺼리지만 자금이 꼭 필요한 곳을 찾아 자금난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성장금융이 이번 출자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을 국내 기간 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넘어 산업 혁신까지 유도할 지 관심”이라면사 “자본시장 주도 구조조정에서 역할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