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인 수출실적이 ‘반토막’ 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확대되며 수출 암흑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5월 전체 수출은 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감소 기록을 깰 가능성도 거론된다. 종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닥친 지난 2009년 1월 기록한 -34.5%가 최대 감소치였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69억1,900만달러로 전년 동기(128억8,100만달러) 대비 46.3%나 급감했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하루 평균 수출도 같은 기간 19억8,000만달러에서 13억8,000만달러로 30.2% 줄었다. 5월 초순 조업일수의 경우 지난해는 6.5일, 올해는 5일이었다. 대륙을 가리지 않는 수요절벽과 공장 셧다운의 영향이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수출 감소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수출 감소만큼이나 품목별 수출실적도 암울하다. 우리나라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이달 초순 수출이 전년보다 17.8%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홈오피스 구축용 반도체 수요가 일부 늘었음에도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서유럽이 주력시장인 자동차 수출은 무려 80.4%나 쪼그라들었다. 품목별 실적은 조업일수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감소세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은 생산량의 65% 정도를 수출하고 있는데 핵심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수요절벽’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이번주부터 미국 일부 지역에서 생산과 판매가 재개되지만 최소 6월까지는 큰 폭의 마이너스 실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국제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제품도 수출이 75.6%나 감소했다.
국가별 수출도 주요시장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의 양대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은 각각 54.8%, 29.4% 줄었다. 베트남(52.2%)과 일본(48.4%)·중동(27.3%) 등에서도 큰 폭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이달 초 수입 규모는 95억5,100만달러로 전년 동기(152억500만달러)보다 37.2% 줄었다. 이에 따라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6억3,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2012년 1월 이후 8년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바 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경제구조에서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치면 내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감염병 치료제나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되지 않는 한 내년 초까지 수출 감소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