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 실업률이 이미 25%를 찍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국적인 셧다운에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300만건을 넘어서면서 고용지표가 좋지 않다는 점은 알려졌지만 최악의 수치를 공개함으로써 시장에 예방주사를 놓은 셈이다.
10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업률 수치는 좋아지기 전에 아마도 더 나빠질 것”이라며 “2·4분기 경기도 크게 악화할 것인데 이는 미국 기업이나 근로자의 잘못이 아니며 바이러스가 낳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일 나온 4월 실업률 수치에는 중순까지의 상황만 반영됐다는 지적에 “실업률은 실제 더 높고 대공황 때와 비견되는 25%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14.7%이며 체감 실업률은 무려 22.8%다.
므누신 장관은 3·4분기부터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경제봉쇄를 풀지 않으면 미 경제에 영구적인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경제를 재개하지 않는 데 따른 위험이 크다”며 “3·4분기에는 나아질 것이고 4·4분기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은 대단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은 다분히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경기가 나아지기 시작하고 내년에는 경기가 확실히 반등할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극복 능력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도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실업률은 일시적으로 20%를 넘을 수 있다”면서도 “일자리가 5월이나 6월에 저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V자’ 반등 가능성을 시사하며 하반기에는 경기가 급격히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5월 고용수치도 매우 나쁠 것”이라고 말해 시장이 리스크를 선반영할 수 있게 했다.
경기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추가 경기부양책에서도 나타난다. 이날 므누신 장관은 급여세 인하를 포함한 추가 재정지원책을 논의 중임을 시사했지만 당분간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이 돈이 아직 경제에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며 “추가로 수조달러의 세금을 투입하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마크 잰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너무 빠르게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2차 유행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2차 유행이 발생하면 불황(depression)을 맞게 될 것”이라며 “다시 셧다운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확실히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경제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잰디 이코노미스트는 불황을 ‘12개월 이상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