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 8부 능선을 넘으면서 공짜망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에선 이번 개정안으로 국내외 기업의 역차별 문제 해결이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실효성 있는 적용에 힘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의 망 사용료 소송에서도 통신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글로벌 CP에 망 품질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대형 CP들에게 통신서비스 품질을 유지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페이스북이 SKB 등의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과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근거 조항이다. 당초 매출 등을 기준으로 대상 기업들을 정할 계획이었지만 국내 매출이 잡히지 않는 글로벌 기업을 정조준하기 위해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논의 과정에서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로 변경했다. 지난 7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품질 유지를 CP가 해야 되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망 품질 유지 의무가 아닌) 서비스 안정성 확보로 수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정부 입장을 묻는 공동 질의서를 통해 “의미가 모호한 ‘안정’이라는 용어가 사용돼 실무상 큰 혼선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안 통과 이후 진행될 대통령령 논의에서 구체적인 수단에 대한 정의가 논란을 줄이기 위한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또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글로벌 CP를 규제하기 위해 이용자 보호 업무 등을 담당하는 국내대리인도 지정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실질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다. 기존에도 대리인제도가 존재했지만 개인정보보호 업무로만 한정돼있었다.
업계에선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대리인 제도를 정착시키는데 힘써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부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국내대리인 지정이 의무화된 이후 반년 동안 이를 따른 글로벌 기업은 20%에 불과하다.
일단 법안이 본회의까지 넘어간다면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짜망’을 사용하던 글로벌 CP에게 사용료를 문제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넷플릭스가 SKB를 대상으로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내용으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도 법안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ISP 업계는 법안을 통해 국내 중소 CP 역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P의 무임승차 문제가 해결되면 국내 CP들이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고 특히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도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