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글로벌기업 R&D 기지 '탈중국' 조짐...'스피드 강점' 살려 첨단산업 유치를

[文대통령 취임 3주년]

■文정부 남은 2년, 이것만은 하자<하>-신산업 육성

어떤 환경서도 시한내 성과 장점

52시간 등 손질...기회 만들어야

글로벌 연구개발(R&D) 기지로 성장했던 중국이 흔들리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선 미중 분쟁이 격화하며 미국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고 관련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자국 내에 있는 외국 기업 R&D센터에서 첨단기술을 도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이는 외국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오랜 불만이었다. 기업들로서는 기술 탈취 우려에 더해 미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국 기업 기술 탈취에 더해 전염병 등 위기에 취약한 중국의 대처 능력도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급격히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R&D 등 핵심 사업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선진국 기업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유럽의회 대중국 관계위원회 의장은 “코로나19로 최근 몇 달간 중국은 유럽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내 제조공장 이전은 거대 중국 시장 때문에 현실화하기 쉽지 않고 이전한다 해도 국내의 높은 인건비로는 동남아 등 대안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첨단산업은 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경쟁국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인력 수준, 글로벌 신제품의 ‘테스트베드’로 꼽힐 정도로 앞선 소비 시장 등이 한국의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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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역시 규제다. R&D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이 첨단산업 유치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주 52시간 근로제다. 국내에 대규모 R&D센터를 둔 글로벌 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한국에서 R&D센터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스피드’”라며 “시한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성과를 내는 근면성이야말로 국내 연구인력의 차별화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인력의 지능은 중국·일본이나 우리나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본사와 시차가 맞지 않아도 어떻게든 협업하고 극복하는 모습에 본사 임원들이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R&D와 관련해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의 보완 대책(특별연장근로 인가)을 내놓았지만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R&D의 경우만 해당하며 ‘일상적인 신상품 등 연구개발’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의 재량과 행정적인 판단에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고 사유도 엄격하게 제한돼 기업들이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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