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로터리]'브랜드'라는 단어의 무게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최근 유서 깊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들이 젊은 디자이너로 속속 교체되고 있다. 한국 역시 젊은 디자이너들이 이끄는 브랜드들이 시장의 중심을 차지할 정도로 ‘영파워’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본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드는 젊은이들이 증가하면서 필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도 꽤 늘었다. 사무실로 찾아오는 것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보내는 질문까지 합하면 수천 명에 이르는 일면식도 없는 후배들이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단순하게만 보이는 이 단어는 사실 생각 이상의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치밀한 분석과 기획을 통해 브랜드를 만들고 간절함을 바탕으로 노력해야 비로소 그 이름을 갖게 된다. 이름을 걸고 옷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들을 만들어 오면서 몇 가지 법칙이 생겼다. 첫 번째는 일과 삶을 구분하지 말 것. 필자가 13년 남짓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패션과 삶을 하나로 보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것이다. 20대 시절 밤낮 없이 주말도 반납하고 매진했던 시간이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어떻게든 보상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는 단정 짓지 말라는 것이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야 패션이라는 것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후배들을 보면 큰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필자가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Fashion is Passion(패션은 열정이다)’이다. 뻔한 말이지만 강력한 말이고 필자에게는 절대적인 말이다. 열정을 뛰어넘는 것은 없다. 또 다른 의미로 단정 짓지 말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를 단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실력과 지식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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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본인이 진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만약 모르겠다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장 설레고 흥분되는 순간은 무엇을 할 때인지를 생각해 보자. 그 안에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유명 패션 온라인몰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브랜드가 입점을 요청하지만 동시에 수백 개의 브랜드가 퇴점 신청을 한다. 브랜드 론칭 후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면 옷은 소위 말하는 ‘재고’로 전락하고, 브랜드는 퇴점 신청을 하는 수백 개의 브랜드 중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다.

내가 만든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드는 것, 어렵고 힘든 일이겠지만 이 포인트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면 꽤 괜찮은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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