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에 ‘그린뉴딜’ 청사진 마련을 지시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친환경’을 입힌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최근 ‘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략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을 핵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 전략을 내놓았는데 이를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 전략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전환은 시대의 요구지만 정보기술(IT) 등의 고용창출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친환경 분야를 포함하면 고용창출 효과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뉴딜의 ‘그린화(化)’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세계적으로 환경 분야 투자를 통해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을 촉진하는 그린뉴딜이 주목받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50주년 지구의 날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투자는 녹색전환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디지털 기반 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고려됐다. 인공지능(AI) 확산은 일자리 감소를 수반할 우려가 높은 만큼 이를 완화할 정책 마련에 선제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각 부처는 기민하게 세부 정책 마련에 나선 분위기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우선 산업부는 현재 정부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산업 위축에도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EU는 신규 풍력발전에 총 190억유로, 약 25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이 같은 투자 확대의 영향으로 재생에너지의 고용 확대 효과도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고용인원 비중은 지난 2017년 21%에서 오는 2050년 4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의 그린뉴딜 분야로는 도시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시티로 그린뉴딜의 한 분야로 거론된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올 2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시행계획을 발표했고 모빌리티·헬스케어 등 18개 사업에 대해 실증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비용 등을 지원한 바 있다.
중기부는 그린 분야 벤처·스타트업 역할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중기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인데 이 과정에서 환경 분야의 벤처·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환경 분야의 적극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 개발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사업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제의 저성장 등 시대, 이른바 ‘뉴 노멀’에 대비해 대규모 감염병·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 외부 충격에 탄력적인 사회로의 유연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녹색전환 전략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세종=조양준·한재영기자 강동효·양종곤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