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제21대 총선의 ‘경기 구리시 투표용지 유출 사건’을 놓고 격돌하는 모양새다. 민 의원은 투표용지 입수 경위에 대해선 함구하면서 해당 투표용지의 존재 자체가 개표조작의 증거라며 선관위에 책임을 묻고 있다. 반면 선관위는 해당 투표용지가 “도난당한 것”이라며 민 의원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에 따라 ‘투표용지 유출 사건’의 공은 검찰에게 넘어갔다. 지난 13일 대검찰청은 선관위가 수사 의뢰한 ‘경기 구리시 투표용지 유출 사건’을 의정부지검에 배당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투표용지가 ‘유출된 경위’와 용지를 ‘훔친 인물’이 누구인지 여부다. 투표가 끝나고 잔여 투표용지가 발생하는 구조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나, 투표용지가 투표소에서 선관위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사라졌다면 문제가 생긴다. 현재 개표작업이 끝난 후부터 선관위가 봉인된 봉투를 가져갈 때까지 투표용지 6장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불분명한 상태다.
앞서 선관위는 12일 “민 의원이 소지하고 있던 투표용지 6장은 구리시 수택2동 제2투표구에서 분실한 잔여 투표용지 6장과 일련번호가 같다”며 해당 투표용지들은 선거 당일 투표가 끝나자 봉인된 채 개표소인 구리시체육관으로 옮겨져 체육관 내 체력단련실에 임시로 보관돼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의도적으로 훔쳐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선관위 설명에 따르면 구리시의 잔여 투표용지와 투표록 등을 보관하는 선거가방은 구리시체육관 내 체력단련실에 보관돼 있었다. 선관위는 개표가 끝난 뒤 잔여 투표용지 등 관련 서류를 구리시 선관위 사무실로 옮겼다고 한다. 다만 16일 새벽 개표가 완료될 때가지 가방을 봉인하지는 않았다.
결국 문제의 투표용지는 15일 오후 8시 30분부터 16일 새벽 개표 종료 사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체력단련실은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투표용지가 보관된 장소는 카메라 사각지대라 드나드는 사람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관에 설치된 경보 시스템도 선거일 이후 울린 적이 없다고 한다.
선거일 이후 투표용지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선관위에 따르면 4월 16일 오전 4시 이후 개표 작업을 위해 설치됐던 시설을 철거하기 위해 외부인들이 체육관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잔여 투표용지가 보관됐던 체력단련실은 잠금장치가 채워져 있지 않아 사실상 아무나 출입이 가능했을 것이다. 개표 당일 구리시 체육관에는 선관위 관계자, 개표 사무원, 참관인 등 300여 명이 있었다.
민 의원은 잔여 투표용지가 나온 것 자체가 ‘개표 조작’ 혹은 ‘부정 선거’의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잔여투표지에 도장만 찍으면 적법한 기표지가 된다”며 “투표가 끝나는 순간 잔여투표지는 화약이요, 투표함은 불이된다. 둘은 될수록 멀리 떨어뜨려야 하는데 선관위 직원들은 그 화약을 불바다인 개표장에 들여놨다”며 선관위의 투표용지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전자개표기와 투표지 발급기를 수거하는 것도, 그 장비들을 보관하는 곳도, 또 요즘 불이 자주 나는 곳들도 한 회사”라며 “그 업체가 장비의 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누가 그 지시를 하고 있나. 그가 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관위 측은 “투표용지 관리가 일부 부실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선거조작과는 인과관계가 없으며, 이번 (투표용지 도난) 건은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입장을 밝혔다. 투표용지 탈취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돼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