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당 지도부가 들어서기 전 ‘대선 경선 규칙’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2년 후 대통령 선거가 임박해 경선 규칙을 만들 경우 과거 후보들끼리 알력 다툼이 벌어졌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으로는 177석 의석을 기반으로 ‘조용한 경선’을 치르면 안정적으로 대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이해찬 대표로부터 대선 경선 룰을 확정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를 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지시를 지도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경선 룰 확정은 다음 지도부의 과제라는 여론이 있지만 다음 지도부가 현안에 쫓기다 보면 제시간에 룰을 만들지 못하고 그로 인해 대선 후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가 원점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권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통령 후보 선출과 관련해서 ‘국민경선 또는 국민 참여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만 규정하고 있다. 세부적인 규칙이 마련돼 있지 않는 만큼 민주당에서는 매 대선 때마다 경선 룰을 두고 논란을 일었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을 앞두고는 정동영 당시 대표, 손학규 상임고문, 이해찬 의원이 ‘선거인단 명부 박스떼기’, ‘선거인단 카풀 차떼기’ 의혹 등으로 격렬한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았다. 2017년 대선 당시에는 국민경선·결선투표제·모바일투표 등을 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경전을 벌였다. 당원과 일반 유권자의 참여 비중이 주류와 비주류 후보 간 승패를 크게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업에서 당은 2017년 당시의 대선 경선 룰을 준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완전국민경선과 결선·모바일투표 방식을 2012년, 2017년 두 차례나 적용한 만큼 다음 대선에서도 같은 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수정할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그럴 의도가 없다”고 일축했다.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당대표→대통령 후보’ 코스를 밟을 경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규에 따라 대표직을 6개월밖에 맡을 수 없다. 이러한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고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민주당 측은 “특정인의 의도에 좌우되지 않기 위해 경선 룰을 조기 확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