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가 지난 2015년 5조원에 사들였던 한미약품(128940)의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적 절차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사노피가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통보했다고 15일 밝혔다.
두 회사는 계약에 따라 120일간 협의 후 이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이미 수령한 계약금 2억 유로(약 2,643억원)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한미약품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고 있다. 그동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고 한미약품을 비롯해 환자와 연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해왔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이 마무리 단계인 만큼 이를 완료하는 방안을 일단 사노피와 협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절차를 검토하는 한편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사도 찾을 예정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사노피는 지난 2015년 한미약품으로부터 당뇨병 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39억 유로(5조1,845억원)에 사들인 뒤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이후 2016년 수정계약을 통해 사노피는 지속형 인슐린의 권리를 반환하고,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연구비 공동 부담 조건을 추가했다. 기술 수출 금액도 29억유로(3조8,552억원) 규모로 줄었다.
기류가 변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지난해 9월 사노피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뀐 후 전체 연구개발(R&D) 계획을 암, 희귀질환, 혈액질환, 심혈관질환에 집중하기로 하며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파이프라인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그 때도 사노피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한 뒤 상업화를 담당할 최적의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통보는 사노피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사노피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지난 4월 실적발표때까지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 개발을 완료한 후 판매를 담당할 파트너를 한미약품과 함께 모색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병원 내 임상시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권리 반환은 상례에 어긋난다”며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이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안전성, 시장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노피가 기술 반환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안전성 및 유효성과는 무관한 선택이라고 밝혔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용화 시점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 시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약물의 문제가 아닌 사노피의 전략 변화에 따른 기술 반환인 만큼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앞서 고형암 치료제 벨바라페닙을 제넨텍에,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을 아테넥스에 ,혈액암 치료제 롤론티스를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다. 롤론티스는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오는 10월 승인이 예상된다.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끝낸 오락솔 역시 상반기 내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