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현재보다 50%가량 많은 13억 달러를 재차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기존 13% 인상안을 여전히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져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14일(현지시간) 외신 기자들과 가진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이 지난달 한국에 13억 달러를 역제안한 이후 협상 진행 상황을 묻는 말에 “협상은 중단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분명히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1년 전 협상에 올라탄 이래 실제로 아주 먼 길을 왔다”며 “모든 당사자는 여러 계통의 의사소통을 계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13억 달러는 기존 방위비보다 50%나 비싼 수준이지만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50억 달러보다는 훨씬 싸다는 것을 또 다시 ‘유연성 발휘’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13억 달러를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정부 채널 바깥에서 실제로 노출된 일부 논쟁이 있었다”며 숫자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쿠퍼 차관보는 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혀 협상이 양국 정상 수준에서 다뤄져야 함을 시사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엄청난 투자라고 평가하면서 “동맹의 약속은 협상의 기반이고 공동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여전히 13억 달러는 과도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방위비 문제에 대해 “그간 강경화 장관이 국회서 말한 것 이상의 입장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에 출석해 ‘13% 인상안을 미국이 거부했느냐’는 질의에 “그 액수가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쿠퍼 차관보는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황에 관한 질문에는 북한의 정보는 극도로 제한돼 있어 알기 어렵다는 전제를 깔면서도 “대유행의 발병이 전혀 없는 곳은 지구 상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미국의 지원 제안을 수용했느냐는 물음에는 “우리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과 응답하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답해 북한이 제안 거절보다는 응답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