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의 연 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70조원 수준이다. 어마어마한 숫자만큼이나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디즈니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구비설화 전문가인 신동흔 건국대 교수는 저서 ‘민담형 인간’에서 오늘의 디즈니를 키운 건 8할이 민담이라고 말한다. 백설공주에서 알라딘, 라푼젤까지 수많은 흥행작의 원전이 민담이다. 많은 이들이 민담을 ‘옛날옛적에’로 시작해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라고 끝나는 상투적 이야기라고 여기지만 저자는 이를 오해라고 항변한다.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기억될 만한 것’을 ‘기억될 만한 방식’으로 전해왔다는 점에서다. 재미있고 가치 있는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것은 도태되면서 현재까지 세상에 전해져 내려온 게 바로 민담이다. 게다가 계속 살아 꿈틀거리면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민담을 지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알고 보면 민담형 캐릭터는 현대에 들어서도 인기다. 톰과 제리의 ‘제리’,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 요즘 인기 있는 ‘펭수’는 자기 욕망에 충실한 민담형 캐릭터다. 30년간 세계 각지의 민담을 연구한 저자가 특히 좋아하는 민담 주인공은 누굴까. 고양이라고 늘 양지에 웅크리고 낮잠만 자라는 법은 없다며 씩씩하게 세상으로 나간 ‘장화 신은 고양이’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