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머물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내 집무실로 복귀하자마자 그룹 경영진을 소집해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맞은 계열사들을 챙기고 조만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지주(004990)는 지난 2일 일본에서 귀국한 신 회장이 자택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18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집무실로 정상 출근했다고 밝혔다. 롯데지주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 및 국내 자택에서도 화상회의 등을 통해 경영 현안을 챙겨왔다”며 “이날부터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한 각종 회의 및 보고 일정을 바쁘게 소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신 회장은 부친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49재를 치른 후인 3월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같은 달 1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돼 4월1일 취임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에 발이 묶였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 가운데 신 회장이 약 두 달간 일본에만 머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는 코로나19로 롯데그룹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신 회장이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월로 예정된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 회의)이 관심사다. 올 3월 화상으로 진행한 비상경영회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 계열사가 국내외 상황을 지속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던 신 회장이 강력한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의 주축인 롯데쇼핑(023530)은 연쇄 휴점에 따라 1·4분기 영업이익이 74.6% 감소했다. 지난달 말 야심 차게 출범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상장을 준비 중인 호텔롯데가 면세사업 부진에 따라 영업손실 791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한 점도 그룹의 주된 고민이다.
롯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롯데케미칼(011170) 또한 1·4분기 코로나19와 대산공장 사고 여파로 8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이 분기 적자를 낸 것은 8년 만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그동안 밀린 대면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당장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답을 내놓기는 어려운 만큼 대책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금도 위기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가 더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켜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롯데그룹은 ‘포스트 코로나’ 가이드라인을 담은 사내용 도서를 배포하고 ‘이기고자 하는 정신(위닝 스피릿)’ 확산을 위한 외부 전문가 초청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