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비세율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일본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전면적인 경기 침체(recession)’에 진입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며 긴급사태를 선언한 2·4분기에 -20% 이상 역성장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장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이날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올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전 분기 대비 0.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추세가 1년 지속하는 것으로 산출(연율 환산)한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3.4%를 기록, 전 분기 -7.3%에 이어 2분기째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2015년 하반기 경기 침체를 겪은 후 4년여 만에 또다시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
영역별로는 일본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GDP 기여도가 큰 개인소비가 0.7%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고 필수품 위주로 지출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0월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된 것도 작용했다. 특히 코로나19로 1·4분기 수출이 6.0%나 급감하면서 GDP 하락을 부채질했다.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면서 자동차를 포함한 대미 수출이 급감하며 거의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타격을 줬다.
기업들 역시 코로나19의 여파 속 생존을 위해 투자·생산·고용을 줄이면서 기업 설비투자가 0.5% 감소했다. 이 여파로 일본의 3월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1.39배로, 3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밖에 공공투자와 주택투자가 위축세를 보이는 등 주요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포한 2·4분기에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4월7일 수도 도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 선언을 하면서 “경제는 전후(2차대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같은 달 16일 긴급사태를 전국으로 확대했다가 이달 14일 전국 47개 도도부현 광역지역 가운데 39곳의 긴급사태를 해제했다. 다만 도쿄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여전히 긴급사태가 발효 중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본의 2·4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나타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2·4분기 감소율이 현실화되면 리먼 쇼크 후인 2009년 1·4분기의 -17.8%를 뛰어넘게 된다. 고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이번 분기(4~6월)에 훨씬 더 깊은 하락을 겪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일본은 전면적인(full-blown)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GDP의 20%에 해당하는 108조엔(1,200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긴급사태 선언이 완전히 해제되기 전까지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이토 다로 NLI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자택 대기(격리)를 해제할 때까지 정책 입안자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쓰더라도 성장을 촉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코로나19 여파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자동차는 연간 영업이익이 80% 하락해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신차 수요 부족으로 올해 6월 신차 생산량을 12만2,000대 줄이겠다고 밝혔다. 일본 우정은행은 2021년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순이익이 27% 감소한 2,0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18일 증시에서 주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