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던 지난 2월 국내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새벽부터 약국과 마트로 달려나가 얼굴을 가릴 마스크 한 장을 사려고 몇 시간 동안이나 줄을 섰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갑자기 수요가 폭발하니 오래 기다려도 빈 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때 구성된 ‘마스크 수급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마스크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마스크 5부제’라는 기발한 정책 아이디어를 꺼내 들었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월~금요일까지 요일별로 하루만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하는 조치였다. 워낙 낯설고 생소한 정책이었던 탓에 처음에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1인당 구매 제한’ 등과 함께 마스크 수급을 빠르게 안정시키는 결정적인 방안이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긴급한 감염병 사태를 돌파한 정책 담당자 9명을 선정해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상’을 시상했다. 마스크 대란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와중에 생산량 확대와 판매망 조정, 5부제 시행 등의 정책으로 수급 상황은 물론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한 김승연·김태경·홍석찬 사무관이 이 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 방안을 영문 자료로 만들어 국제사회와 공유하면서 K-방역의 우수성을 알린 박준석·이현지 사무관, 윤진 주무관도 수상자로 뽑혔다. 지난 3월 25일 세계은행(WB)의 막타 디옵 부총재는 허장 기재부 국제차관보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디옵 부총재는 “봉쇄조치 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대응은 혁신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경험을 전염병 대응에 취약한 아프리카 등 개도국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기재부 개발금융국은 이대중 과장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국내자료를 모아 하루 만에 ‘Tackling COVID-19(코로나19 격파하기)’라는 34쪽짜리 영문 팸플릿을 완성해 보내줬다. 수습 사무관이었던 박준석·이현지 사무관은 질병관리본부·보건복지부·외교통상부의 협조를 받아 초안을 썼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착한 임대료 인하’ 세액공제와 상반기 소득공제율 확대 등 세제를 입법·정비한 김현수·백경원·이석원 사무관도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들은 포상금과 성과평가 가점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비상경제상황에서 전례 없는 경제 충격에 대응하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태도가 절실하다”며 “이러한 적극 행정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