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제재와 규제장벽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하지 못하던 4차산업혁명 신기술을 시험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난 해 7월 1차로 7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시행해 본 결과 58개 기업이 특구로 이전하고 1,330억원 규모의 투자에도 성공하는 등 외형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정부가 1차 지정 규제자유특구에 대한 평가 결과에서다.
자율주행이나 원격진료, 블록체인 등과 같은 신사업들은 기존 규제로 기술이 있어도 실증해 볼 기회가 없었지만 규제자유특구에서는 눈치볼 것 없이 이것 저것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파격적인 ‘실험’으로 받아들여졌다. 세종특구에는 자율주행 여객운송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도록 ‘한정면허’가 부여됐고, 충북은 세계 최초로 가스기기 무선 제어·차단 기술 관련 제도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무선에 의한 가스용품 차단·제어 기준이나 규격조차 전무해 제품화가 어려웠는데 충북 특구에서는 무선 기반으로 차단·제어하는 가스용품 성능·안전성 검증을 위한 실증이 허용된 것이다.
이 밖에 강원은 원격진료의 초기단계인 디지털 헬스케어, 대구는 스마트 웰니스, 전남은 e모빌리티, 경북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부산은 블록체인 등이 규제를 받지 않게 됐다. 그동안 규제때문에 한발도 나가지 못한 신사업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번 규제자유특구 평가 결과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직접 발표했다. 내세울 큰 성과는 없지만 박 장관이 직접 나선 것은 구산업에서 줄어드는 일자리를 신사업에서 찾으려는 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의지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다.
실제 민간전문가가 7개 특구를 대상으로 우수, 보통, 미흡 등 3개 등급을 매긴 결과 부산과 경북은 ‘우수’를, 나머지 5곳은 ‘보통’으로 평가됐다. ‘미흡’을 받은 곳은 전무했다. 특히 1차 특구 전체 성과를 보면 총 1,33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공장 2개를 지었고 58개 기업이 특구로 기업을 이전했다. 작년 7월 정부가 1차 특구지정을 하면서 “7개 특구에서 앞으로 4~5년간 매출 7,000억 원, 고용유발 3,500명, 400개 기업 유치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던 것과는 달리 성과가 미약했지만, 첫 해 실적만 놓고 보면 이 같은 목표 달성도 어렵지 않겠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중기부는 작년 11월에 2차로 7개 특구를 추가 지정한 데 이어 내달 3차 특구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전국에 규제자유특구가 30여개가 될 수 있다.
박 장관은 “부산 블록체인 특구는 38개 신규사업을 발굴했고 경북 차세대배터리리사이클링 특구는 GS건설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받아 우수 평가를 받았다”며 “한국판 뉴딜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특구를 지원하기 위해 특구펀드를 따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의사단체의 반대에 밀려 한 발짝도 못 나가던 원격진료는 강원특구가 지정된 후 최근 1차 참여병원 8곳이 확정되면서 테스트가 가능해졌다. 강원 특구에서는 이달부터 30~40명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추후 실증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의료 사물인터넷이나 휴대용 의료기기 등 현행법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3가지 실증도 함께 진행중이다. 강원도 바깥은 원격진료 반대 목소리가 팽배하지만, 안에서는 조용히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특구펀드까지 현실화되면 규제자유특구를 중심으로 돈(벤처캐피털)과 기업들이 몰리고, 지역 일자리도 생겨나는 등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전국 곳곳에 생겨날 여지도 없지 않다. 이를 위해 정부는 더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예산투입을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