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고3 학생들만 매일 등교하고 나머지 학교급들은 격주나 최소 주 1회 학교에 가는 등교 수업 방안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늦어지면서 입시 일정이 촉박해진 고3 학생들을 배려한 조치라지만 과밀학급 문제 해결책이나 원격-등교 수업 비중 등은 각 학교가 떠맡게 돼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 유치원 및 초·중·고·특수학교 등교 수업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순차 등교를 결정한 후 교육청 차원에서 운영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각 학교는 교육청 방안을 참고해 자율적으로 등교안을 운영할 수 있다. 오는 20일 고3에 이어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 중1과 초5∼6학년은 6월 8일에 등교한다.
교육청은 고3은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하되 1·2학년은 학년별 또는 학급별 격주 운영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고3은 대학 입시나 취업을 앞두고 있어서 학교에서 지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매일 학교에 가도록 했다. 조 교육감은 “밀도 있는 학습이 필요한 고3은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했지만 고1과 고2는 사태 심각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해 격주 운영을 권장했다”고 설명했다.
입시 부담이 적은 중학교 이하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방식이 권장된다. ‘등교 수업의 날’을 운영하면서 최소 주 1회 이상 등교해 수행평가 등을 실시하라는 취지다. 학년·학급별 순환 등교 등은 학교에서 결정한다. 초등학교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고 학년별·학급별 주 1회 이상 등교하며 학급을 나누는 분반 운영 등을 할 수 있다. 유치원도 오는 27일부터 원격수업과 등원 수업을 병행할 수 있다.
교육청이 등교시 학교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평가받는 과밀학급(학생 30명 이상 학급) 문제는 각 학교가 상황에 따라 대처하도록 해 비판이 일고 있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고 교실 배치, 특별실 활동 등을 통해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라고 안내했지만 학교마다 여분의 강의실 및 특별실 보유 현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 가운데 과밀학급은 2,968학급, 전교생 1,000명 이상인 과대학교는 177개교다.
특히 고교학점제에 따라 이동수업이 잦은 고등학교에서는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을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과밀학급이 많은 학교는 거리두기를 위한 지침과 현실 간의 괴리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곳”이라며 “희망하는 고등학교에는 선택과목 분반 수업을 위한 시간강사 수당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이 속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학교에서 ‘집단면역실험’을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고3을 시작으로 개학을 강행하는 것은 입시 일정에 맞추기 위한 조치”라며 “교육 당국과 서울시교육청은 입시 일정 조정, 등교 수업 일정 조정, 모의고사 연기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