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상하이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발행해 3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 산하 펀드가 SMIC의 신규 주식 발행액 30억달러 가운데 22억5,00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 2기와 상하이반도체산업투자펀드가 각각 15억달러,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SMIC는 자금조달 이후 회사의 자본금이 기존 35억달러에서 65억달러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또 한 달에 6,000개의 14나노 칩을 생산할 수 있는 현재의 생산능력이 3만5,000개 수준으로 6배 늘어날 수 있다.
이번 투자는 SMIC가 지난 14일 1·4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존 전망치 대비 11억달러 늘어난 43억달러를 올해 설비투자 용도로 집행하겠다고 밝힌 다음날 결정됐다. 중국 정부의 지원 덕분에 SMIC는 지난해 매출액(31억1,600만달러)을 훨씬 웃도는 금액을 설비투자로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정부가 미국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기업들과 화웨이 간 거래를 차단하려 한 날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미 상무부는 15일 제3국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 기술을 조금이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SMIC 지원은 TSMC와 거래가 끊긴 화웨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SMIC는 현재 핵심인 14나노 공정을 올해 말까지 7나노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애플·퀄컴 등이 올해 5나노 기반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돼 화웨이 AP의 경쟁력은 경쟁 업체 대비 몇 세대 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 사업부 또한 미국의 제재 때문에 화웨이 물량을 수주할 수 없는데다 퀄컴·삼성전자의 AP 사용 또한 제한이 가해질 것으로 보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하락할 전망이다.
SMIC의 기술력 업그레이드에도 한계가 명확하다. 5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네덜란드의 ASML이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수인데 이 또한 미국 기술이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칭화유니그룹의 팹리스 자회사인 유니SOC에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유니SOC는 6나노급 AP 생산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양철민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