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수요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지만 3년 이상 장기물 투자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갈수록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만도(204320)는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전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일부 미달을 냈다. 1,2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3년물에는 매수주문이 1,400억원어치 들어왔지만 300억원어치를 모집한 5년물은 10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수요가 양극화되면서 만도는 3년물 발행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물 발행을 계획한 SK루브리컨츠도 발행금리가 크게 높아졌다. 3년물은 민평 대비 15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결정됐지만 장기물에 해당하는 5년물은 20bp, 7년물은 19bp로 상승했다. 직전 발행이었던 지난해 8월 민평 대비 -6bp 수준에 비하면 자금조달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1·4분기보다는 2·4분기에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기물에 대한 투자 부담이 커졌다. 회사채 발행 후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을 담은 기관들의 포트폴리오에 평가손이 발생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본격적으로 강등하기에 앞서 조만간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파라다이스·녹십자·서연이화·엠에스오토텍·한화토탈·와이지원·파라다이스·에쓰오일·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인천석유화학·현대오일뱅크·한화에너지·에이치솔루션·포스코·경창산업 등 16개 기업의 신용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기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 기업들은 시장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3년 이상 만기 회사채는 채안펀드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받지 못해 시장에서 수요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이후 장기물 발행에 성공한 곳은 민평금리에 5bp를 가산한 현대차가 유일하다”며 “만도는 우량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은 보수적이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