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안내견) 조이가 국회를 바뀌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20일 안내견 ‘조이’가 김예지 미래한국당 당선자와 함께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대한민국 국회가 탄생한 후 72년간 안내견 출입을 막았던 본회의장이 드디어 무거운 빗장을 푼 것이다. 여야가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차별 없는 국회’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김 당선자는 21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저와 조이의 사례가 새로운 전례가 돼 22·23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안내견과 함께하는 시각장애인 의원님들이 좀 더 편한 의정활동을 하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며 “(언론의 관심이)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질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김 당선자는 제21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 연찬회 일정에 따라 안내견 조이와 함께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해당 연찬회는 초선의원 당선자 151명을 대상으로 의정활동과 관련 지원제도를 안내하는 행사였다. 조이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당선자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전자투표 시연을 구경하고 기념촬영까지 마치고 나왔다.
25분 남짓한 조이의 본회의장 방문을 위해 그 전날 여야 의원들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속된 곳도 아니고 그냥 다수가 모인 곳일 뿐”이라며 “당연히 안내견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수진 민주당 당선자도 “장애물 없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곳이 국회”라고 적었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국회사무처는 김 당선자 안내견의 본회의장 출입을 보장하고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 비장애인 의원과 동등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 조이는 그동안 김 당선자와 함께 국회와 본청에 자유롭게 출입했다. 그러나 ‘본회의장 입성’으로 정치권은 그동안 방치됐던 낡은 국회법을 마주하게 됐다. 2004년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의원인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은 안내견 동반을 거절당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해(害)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의 반입’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또 다른 시각장애인 당선자이 나오기까지 16년이 걸렸다. 현재 국회 사무처는 안내견의 자유로운 출입뿐 아니라 대기장소와 위생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23년 전 영국에서는 최초의 시각장애인 장관 데이비드 블렁킷(당시 73세)이 안내견 루시로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당시 블렁킷 장관은 안내견을 ‘방해물’이 아닌 ‘동반자’로 승격시켜 국회의사당 내 안내견을 대동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았다. 블렁킷은 장애와 별개로 토니 블레어 내각 시절 교육부 장관에 이어 내무장관까지 차지하며 권력의 정점을 찍은 유능한 의원으로 평가받는다.
21대 국회 입성을 10일 남짓 앞두고 김 당선자는 “무슨 일이든 기본에 충실하면 폭넓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의 기본은 국태민안(國泰民安)과 국민민복”이라며 “민의를 잃으면 정치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4년간 의정활동의 대명제로 두고 항상 민의에 귀 기울이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면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배우고 성찰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