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65년 도움준 미국인 고인 이름으로... 80대 퇴직교사 '보은의 기부'

미국인 故 페이건3세 기리려

고인 이름으로 1억원 기부해

"아버지 같은분 덕에 교사돼"

“65년전 한국의 소년에게 은혜를 베푼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합니다”

80대 퇴직 교사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고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미국인의 이름으로 가입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특별회원으로 등재된 이름은 고(故) 프랭크 페이건 3세. 익명이 기부자는 한국전쟁 직후 생계가 어려웠던 학창 시절 자신을 도와준 은인의 이름을 드높이는 길로 기꺼이 거액기부를 선택했다.

기부자와 고인과의 인연은 지난 1955년 대구에서 막일로 생계와 학업을 꾸려가던 기부자가 당시 주한미군 대구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근무하던 페이건 3세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기부자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페이건 3세는 먼 이국땅의 한 소년이 자립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기부자는 사랑의열매에 “고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며 “덕분에 학창 시절을 무사히 마치고 교사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페이건 3세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1990년까지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시 성공회교회에서 목사로 활동하다 은퇴했고 2003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랑의열매의 한 관계자는 “페이건 3세는 작고 전까지 기부자가 미국까지 건너가 고인을 만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안다”며 “기부자는 몇 해 전부터 언론을 통해 아너소사이어티에 대한 미담을 접하고 기부를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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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은 학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기부자는 “오랫동안 교직 생활을 하고 은퇴할 수 있게 된 것은 고인의 지원 덕분”이라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고인의 뜻이 잘 전달돼 자신과 같은 나눔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연순 사랑의열매 총장은 “이번 기부는 고인으로부터 시작된 나눔이 기부자에게 이어져 소중한 나눔의 선순환을 만들었다”며 “국경과 세대를 넘은 나눔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기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은 2,309명으로 이들의 누적 기부액은 약 2,564억원이다.


故 프랭크 페이건 3세 /사진제공=사랑의열매故 프랭크 페이건 3세 /사진제공=사랑의열매




故 프랭크 페이건 3세 /사진제공=사랑의열매故 프랭크 페이건 3세 /사진제공=사랑의열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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