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에 ‘문화보국(文化保國)’을 외치며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문화 독립운동을 실천했던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유물 2점이 처음으로 경매에 나와 화제를 모았으나 모두 유찰됐다.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285호 금동보살입상 등 불상 2점이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진행된 특별경매에 올랐다. 불상은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출품돼 2,000만원씩 호가를 올리려 했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번 경매는 6·25전쟁 중에도 흩어지지 않게 지켰던 ‘간송 컬렉션’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을 공개 경매에 처음 내놓은 것이라 주목을 끌었다. 스스로 간송의 유물을 지키는 ‘창고지기’를 자처하던 차남 전성우 전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8년 타계하면서 발생한 상속세와 수장고 신축 등으로 누적된 재정난이 ‘보물’ 매각의 원인이었다. 국가지정 및 등록문화재는 수억원의 가치가 있어도 상속세가 ‘0원’이며, 2013년에 간송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유물 상당수를 출연해 실제 문화재로 인한 상속세는 미미하다.
경매 출품 사실이 알려지자 국립중앙박물관에 “국가기관이 매입하라”는 민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연간 유물구입 예산이 40억원인 박물관이 각 15억원의 불상 2점을 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문화재청이 매입을 위한 예산지원의 의향을 밝히고 민간 후원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도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박물관 측은 공개입찰을 통한 경합보다는 경매 취소 후 협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는 “민간 유통질서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간송유물 매각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 |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내년까지 성북동 간송미술관에 신축 수장고 완공을 계획하고 있어 현재의 재정난이 이번 불상 매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물 수장고 건립에는 지정문화재 보존을 이유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44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됐고 문화재청도 올해 처음 민간보조사업으로 간송 측에 2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간송이 1938년에 지어 지난해 말 국가등록문화재 제768호가 된 최초의 사립미술관 건축물인 ‘서울 보화각’을 한국전쟁 이전의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 국가지원이 뒤따른다 해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간송미술관 대구 분관 건립도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재계의 전문가는 “간송미술관이 불교 유물을 매각해 ‘선택과 집중’을 실현한다면 국보 불입상과 불감이 압도적으로 높은 추정가와 더 큰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