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줬다 뺐어야 하나”…정의연 국고보조금 환수 고민하는 여성가족부

정의연에 지급한 보조금 중 일부 되돌려 받을 수 있어

검찰수사에 여가부 “법과원칙 따르겠다”며 환수 연기

수사완료 전 보조금 소진되면 책임론 피할 수 없을 듯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정의기억연대에 지급한 국고보조금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부정회계는 물론이고 이사장이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 문제로 논란이 커진 만큼 올해 지원한 국고보조금 중 집행되지 않은 금액을 지금이라도 환수할지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여가부에 따르면 정의연은 여가부에서 올해 약 5억1,5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았다. 보조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건강치료 및 맞춤형 지원’ 사업 명목으로 이뤄졌다. 이 사업으로 여가부가 정의연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정의연은 지난해에도 같은 명목으로 약 4억3,2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고 올해에는 약 20% 증액된 예산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정의연이 회계부정 의혹에 휩싸이면서 국민의 혈세인 국가보조금을 계속 지원받는 게 맞는지 논란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정의연은 올해 지원받은 약 5억1,500만원의 보조금 중 2억4,000만원가량을 이미 집행했고 나머지 금액은 교부된 상태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을 집행한 주무부처는 보조금 사용단체의 부정수급이 확인되면 이미 사용된 금액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환수할 수 있다. 정의연의 경우 여가부가 집행된 금액을 제외한 교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정의연 부정회계 논란과 관련해 “문제들을 인지하지 못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정의연 부정회계 논란과 관련해 “문제들을 인지하지 못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고보조금을 환수해야 할지에 대해 여가부는 고민에 빠졌다. 지난 27일 서울경제가 국고보조금 환수 가능성에 대해 문의했을 때 여가부 관계자는 “현시점에 관련 사안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여가부는 내부회의를 거쳐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의견을 다시 보내왔다. 이후 이날 여가부의 정례 브리핑에서도 최성지 여가부 대변인은 “보조금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회계 문제라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연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보조금 환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여가부의 결정이 늦어질 경우 정의연이 교부금을 다 사용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의연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예상보다 길어지며 난항에 빠질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인 윤 당선자가 30일 불체포특권이 보장되는 의원직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가부가 결정을 미루게 되고 정의연이 남은 교부금을 전액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 된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관계자는 “보조금은 예산 편성뿐 아니라 집행 때도 관련 부처의 조사를 받게 돼 있다”며 “교부금액이 유용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절대다수인 국회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여가부가 보조금 환수를 두고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윤 당선자를 방어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부처가 윤 당선자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의연에 국고보조금을 줬다가 돌려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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