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하나의 단어로 상징되는 정책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자상한 기업이 있습니다. 착한 기업이냐구요?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의 약자입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스타트업의 요구사항을 풀어줄 수 있는 대기업 또는 기관을 중기부가 중간에서 연결하는 거죠. 네이버와 소상공인, 삼성전자와 중소기업 스마트공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협약주체 면면은 쟁쟁합니다. 현대기아차, 4대 은행,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이어 지난달 암(Arm)도 합류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과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죠.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기부로 온 한 고위공무원은 Arm과 협약식 이후 기자들에게 “벤처생태계를 이렇게 접근하고 Arm과 협약을 맺은 게 놀랍다, 산업부에서는 생각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중기부가 ‘같이 살자’와 ‘가치를 산다’를 결합한 ‘가치삽시다’라는 슬로건도 재밌죠. 처음에는 ‘정부 슬로건이 또 하나 더 늘었네’ 정도로 평가하던 시선도 있었죠. 작년 12월 이 가치삽시다는 신촌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로 확대됐습니다. 당시 부처 장관들이 찾아와 축하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깜짝 방문했죠.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출범한 브랜드K(코리아)도 지금은 위상이 한껏 올라갔습니다. 브랜드K는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에서 브랜드 출범식에 참석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세계적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K방역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진단키트에 브랜드K가 붙어 수출된다고 합니다. 26일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가치삽시다와 브랜드K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해서 다시 두 ‘키워드’가 주목받았습니다. 중기부의 슬로건인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도 한국판 뉴딜 정책의 모태가 됐다는 평가도 있네요.
이렇게 한 단어로 정책이 표현되고, 정책의 크기가 커지는 건 박 장관의 순발력도 한 몫한다고 합니다. 박 장관은 기존 공직사회가 쓰지 않는 단어를 공식석상에서 불쑥 꺼냅니다. 잘쓰지 않았던 단어가 나오면 중기부 직원들도 기자들도 한 번 생각해보게 되죠. 박 장관은 2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특허청, 4대 은행과 지식재산 업무확대 협약식을 하면서 “코로나19가 우리나라 소셜캐피탈(사회적 자본)의 신뢰도를 높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장관은 소셜캐피탈에 대해 “앞으로 자주 써야죠”라고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