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의 한 지역에서 30일부터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모 지역주택조합. 2,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1군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다며 “브랜드 프리미엄을 노릴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빨리 가입하면 로열동·로열층을 선택할 수 있다며 가입을 서두르라는 친절한 안내도 담겼다. 분양가는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하고, 2,000만원 상당의 고급 전자제품도 준다고 한다. “토지확보도 거의 다 마쳤다”며 사업 진행도 빠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보 문구만 들으면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얘기인데 과연 사실일까. 결론적으로 보면 대부분 현시점에서 허위이거나 과장된 내용이다. 이런 식의 홍보는 지역주택조합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면 모두 금지된다. 최근 들어 법 시행 전에 조합원 확보에 나서는 지역주택조합들이 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일선 지자체에는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홈페이지에 유의사항을 내걸며 지역주택조합과 일전을 벌이고 있다.
◇법시행 앞두고 꼼수 홍보 활개 ‘주의’=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원들이 특정 지역의 땅을 사들이고, 시공사를 선정해 집을 지어 올리는 방식이다. 잘만 하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크고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딘 탓에 성공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여기에 이른바 ‘꾼’들이 붙어 사실상 사기에 가까운 조합 운영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면서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가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제도 시행 전 ‘꼼수’를 활용해 조합원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조합들이 모집 활동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합원 모집에 나서는 지역주택조합들 대부분은 어려운 전문용어를 교묘하게 섞어 쓰거나, 과장 홍보로 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위의 사례를 비롯한 일부 지역주택조합들은 ‘1군 건설사’의 시공이 확정됐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진짜로 시공사가 확정된 경우는 거의 없다. 조합원들은 가입 후에야 뒤늦게 계약 체결이 되지 않은 채 이름만 빌려온 ‘시공 예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토지 확보도 ‘90% 이상’ 완료됐다는 식의 홍보는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이 중 실제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최대 장점인 ‘저렴한 분양가’도 마찬가지다. ‘3.3㎡당 800만원대’라는 식의 홍보는 현재 계획이 그렇다는 것뿐이다. 사업이 장기화되면 추가분담금이 늘어 결국 일반분양가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외에도 최근 수백명의 조합원이 입주를 앞두고 조합원 자격에서 탈락한 ‘송도 마리나베이’ 사례처럼 관리 미비로 인한 피해 호소도 많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홍근 의원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1~9월 주요 종합지를 통해 조합원 모집 광고를 낸 서울 지역 18곳 지역주택조합 중 미신고 조합이 11곳이나 됐다.
◇안정성 강화 제도 개선…‘역부족’ 우려도 =7월부터 시행되는 ‘지역주택조합 안정성 강화 법안(주택법 개정안)’은 난립을 막기 위해 지역주택조합 설립 요건을 강화하고, 허위·과장광고로 조합원을 모으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주택조합설립인가시 사업예정지의 80% 이상 ‘사용권원(토지사용 승락서)’과 토지소유권 1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조합 설립인가를 받고 3년간 사업계획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조합원 모집신고 수리 후 2년 내 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 종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진척 없는 사업에 장기간 발이 묶이는 조합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또 시행령 개정을 통해 허위·과장광고 등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한다. 조합원 모집 광고에서는 조합 명칭, 사무소 소재지, 조합원 모집신고 수리일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시공사 선정 전에 시공사가 선정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은 모두 금지된다. 조합원 가입 관련 청약철회 및 조합원 탈퇴와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 개선에도 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성공률이 5%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일부 보완책을 제시하는 정도로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 땅에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사업도 쉽지 않은데 남의 땅을 사서 아파트를 올리는 사업이 쉽겠느냐”며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제도 폐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